시험과 인생

by 최봉기

우리가 태어나서 치렀던 시험이 과연 몇 번이나 될까? 하고 생각하니 막막하다. 일일이 세기도 어렵고 세어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정기적으로 괴롭기만 했던 시험을 계속 보긴 했던 것 같다. 그 시험에서 늘 좋은 성적을 거뒀던 친구들은 현재 전문직이나 학자 혹은 고위 공무원이나 큰 회사의 임원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 시험을 싫어했던 사람들 중에는 성공적인 사업가로서 자신의 길을 개척한 경우도 있다.


우리 부모세대엔 시험을 봐서 진학을 했고 진학 후에도 낙제란 게 있어 성적이 하위 20~30%는 유급을 시키기도 했다고 하니 그땐 살벌한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시험만 보면 늘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어떤 친구 얘기는 세상에 공부만큼 쉬운 게 없다고 한다. 이렇듯 공부가 만만하고 시험에 부담이 없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에게 공부나 시험은 두려움의 대상인 것도 사실이다.


시험이란 것의 정체를 떠올릴 때 물론 성적이 높을수록 지식이나 이해도가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잠재력이 라기 보단 잠시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 휘발성 지식이라 말하는 게 좀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또한 시험은 꾸준히 준비를 해야 하지만 단기간의 집중력이 크게 작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제한된 조건하에서 여러 번이 아닌 단 한 번으로 우열을 가리는 수단이 시험인 것이다.


미국의 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과정 자격시험을 통과했던 한 선배가 자기 이름이 합격자 명단에 나온 걸 보고 했던 말이 지금껏 자신은 고등학교도 후기, 대학교도 후기를 졸업했는데 1차에 합격한 걸 확인하고서 아주 묘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한 석좌교수는 한국에서 S대를 떨어져 후기대학교 공대를 입학했는데 미국 와서는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다들 인정하는 최고의 학자 중 하나가 되었다.


시험만 보면 늘 수석을 했던 한 정치인이 인터뷰에서 시험에 대해서 한 말이 대개 시험은 대충 60점은 거저먹는 문제가 나오고 그다음 30점은 약간 생각을 요하는 문제가 그리고 마지막 10점은 잘 모르는 문제가 나온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우 82년도 학력고사에서 340점 만점에 334점을 받았는데 8문제는 암만 봐도 몰라 찍었는데 찍은 게 100% 맞았다고 했다. 수석을 하려면 어느 정도는 운도 따라야 한다는 얘기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는 사법고시도 수석 합격을 했으니 두뇌가 좋긴 좋은가 보다.


시험이란 제도가 있어 똑같은 문제로 똑같은 시간 동안 경쟁을 해서 공평하게 우열을 가릴 수 있긴 하지만 그 시험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 혹은 적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시험으로 뽑지 않는다. 또한 국무총리나 감사원장 혹은 검찰총장이나 각 부처의 장차관은 시험을 보지 않고 대통령이 임명을 한다. 어찌 보면 돈과 시간을 들여 선거를 하지 않고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평가를 통해 인물을 뽑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 그리할 경우 공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 최고의 지도자를 시험으로 뽑을 경우 지식이나 식견 혹은 판단력은 몰라도 인성이나 감성적인 것 혹은 인격적인 것까지 평가하긴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민 모두가 한 표를 행사하는 선거를 실시하는 것이 그나마 공정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두뇌가 좋고 시험에 강해서 고시를 3개나 합격했던 한 정치인은 결국 국회의원은 여러 차례 뽑혔지만 대통령이 되지는 못 하였다. 혹자는 시험으로 대통령을 뽑을 경우 그 사람을 당할 사람이 없을 거란 말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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