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식과 진솔함

by 최봉기

사람은 태어나 자신의 기분과 의사를 늘 표현하며 생활하게 된다. 기분이 좋으면 좋다, 어디가 편찮을 땐 아프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을 때와 하기 싫을 때 각각 Yes와 No를 분명히 밝히며 사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일 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좋은 것이다. 하지만 어떨 땐 기분이 좋은 일이 있더라도 옆에 슬픈 일을 당한 사람이 있을 경우라면 표정을 나름 관리할 필요가 있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기쁨이 슬픔이 될 순 없고 슬픔이 기쁨이 될 순 없는 것이다.


하지만 간혹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보다 주변 환경 속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처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유형의 사람들은 하는 행동이 일관성이 없다거나 속과 겉이 다르다는 얘길 듣는 경우가 많다. 또한 그런 사람들은 어떨 땐 감쪽같이 주변 사람을 속이기도 하지만 정작 자신은 속일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가식이 드러나 회자된다. 내가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사람들 중 이러한 사람들이 몇 있다. 나는 처음 만나 성격이 모나지도 않고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여 비교적 가까이 지낸 사람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필요할 땐 나 앞에서 싱글벙글 웃고 내 칭찬까지 하며 자신이 필요한 걸 챙기더니 돌아서면 남들한테 내 욕이란 욕은 다 하고 다녔던 것이다.


자신이 스스로의 철학이나 주관이 없는 사람은 그때그때마다 말이나 행동이 바뀔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행동의 동기 자체가 자신이 아니라 주변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기한테 유리한 환경이지 남에게 유리한 환경이 결코 아니다. 자기한테 조금 잘해 준 사람은 한마디로 호인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졸지에 악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뻥이 심하기도 하다. 자기가 좀 잘했던 것은 크게 과장하고 자기가 상대방보다 유리한 것들은 크게 포장하며 우월감을 크게 내세운다. 반대로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나거나 학벌이 좋거나 한 사람 앞에서는 겸손하기 짝이 없다.


내가 좋아했던 한 선배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인간은 자기중심이 있어야 한다. 누가 뭐 하나 먹을 걸 주면 꼬리를 살랑 흔드는 건 인간이 아니라 *새끼다"라고. 열이면 열에게 좋은 평을 듣는 경우의 사람도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자기중심이 있다면 한 번씩은 다른 사람들과도 트러블이 생기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다. 10명에게 물어 만일 6~7명 정도가 좋게 얘길 하고 나머지는 약간 다른 얘길 하는 경우라면 대단히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이며 믿을만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회생활에서 적을 만들지 말라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혹자는 역설적으로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적도 많아야 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모르긴 해도 역사에서 간신배가 아닌 충신들의 경우라면 그들을 싫어했던 사람들도 꽤 많았을 거라 생각된다. 늘 바른말을 하고 올바르게 살 경우는 그리 되는 게 어찌 보면 정상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의'보단 '이'를 추구하는 사람이 훨씬 많기에 그러하다.


링컨이 말하기를 "나이가 마흔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했다. 사람의 얼굴에는 어찌 보면 살아온 삶의 과정이 그대로 묻어 있다. 남을 잘 속이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없기에 자신의 얼굴에 그런 흔적이 남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가진 재산도 중요하고 쌓은 명성이나 지위도 중요하다. 하지만 언젠가 자신이 세상을 하직할 때 그 소식을 들은 누군가가 슬퍼하며 울어 줄 사람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 머릿속에 있는 여러 사람들 중에는 앞으로 길에서라도 마주치지 않았으면 싶은 사람들이 더러 있다. 어떤 경우는 죽고 저 세상에서라도 볼 일이 없었으면 싶은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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