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인생

by 최봉기

모든 스포츠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뿌린 만큼 거두고 중요한 순간의 판단력, 시합 중간중간 흐름 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특히 단체 스포츠는 합창하듯 모두 한 마음으로 팀워크가 나오지 않을 경우 좋은 시합을 할 수 없다. 그리고 스포츠는 경기가 시작될 때부터 종료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크게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팀이 다른 팀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우선 자신감이 충만해야 한다. 시합도 하기 전 지나친 긴장감이나 불안감을 갖고 시합에 나설 경우 시합이 잘 풀리지 않는다. 2002년 월드컵 때 대한민국은 처음으로 16강을 통과하여 4강까지 올라갔다. 사실 그전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팀이 유럽이나 남미 등 강호들과 시합하여 겨우 비기는 건 몰라도 상대와 대등하거나 압도적인 경기를 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 이유는 기량 자체도 세계 수준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시합 전부터 선수들이 이기긴 어려울 것이라 단정을 해버렸기에 그랬지 않았나 싶다. 따라서 일단 시작 휘슬이 울릴 때부터 몸이 경직되어 평소에 하던 정도의 플레이조차 나오지 않고 주눅이 들어 끌려가는 경기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2002년 월드컵의 경우 강팀들과 연습경기를 하며 5:0으로 패하기만 했지만 전열을 정비하고 전력을 끌어올려 월드컵 바로 직전 잉글랜드나 프랑스 등 강팀과 대등한 경기를 했기에 선수들이나 시합을 관람하던 국민들까지 이번엔 뭔가 다를 거란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결과는 16강을 넘고, 이태리를 격파, 8강을 통과하여 4강까지 진출,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다.


이기는 경기의 경우에도 순조롭게 이기는 경우도 있지만 끌려가다가 어렵게역전하는 경우도 있다. 8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 야구 선수권 대회 결승전에서 대한민국은 일본과 맞붙는다. 일본은 예선에서 미국에 졌고 우리는 미국을 꺾었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에이스 선동열이 초반에 2점을 허용한 반면 7회까지 일본 투수는 퍼펙트 경기를 하고 있었다. 한국이 안타를 하나도 못 치며 계속 끌려가다 보니 경기를 중계하던 아나운서가 "저리 잘하는 투수가 어떻게 프로로 가지 않았을까요?"라는 자조 섞인 멘트까지 하였다. 드디어 8회가 되면서 첫 안타가 나왔고 빠지는 볼에 점프하며 번트 댄 게 졸지에 성공, 경기 흐름이 한국에 유리하게 바뀌고 홈런까지 나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하게 되었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끝까지 최선을 안 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80년 쿠웨이트에서 개최된 AFC 아시아컵 4강전에서 남한은 북한과 경기를 하게 된다. 그 경기에서 초반에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1:0으로 지다가 후반전 종료 직전 두 골을 넣으며 극적으로 승리를 하였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쿠웨이트에게 3:0 완패를 하게 된다. 당시 국민들은 한국 대표팀을 향해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북한을 이겼으니 인제 한국 돌아가도 욕먹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는 결승전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잘 기억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5:3 역전승을 거둔다. 그다음 결승전이 쿠바전인데 결승전 전날 선수들이 연습을 예전처럼 하지 않고 슬렁슬렁 놀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주장이자 최고참이었던 이승엽이 선수들을 모아 놓고 선수들에게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너희들 일본 이겼으니 귀국해도 욕 안 먹겠지 생각하는 모양인데 만일 쿠바전을 잡지 못하면 귀국해도 *새끼 소리 들으니 쿠바전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라고 목에 피를 토하듯이 말하였다. 그 말을 들은 후배들은 반성을 하며 정신력을 재무장하여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결국 우승을 하게 되었다.


인생과 스포츠를 비교해 본다.


첫째 뿌린 만큼 거두는 것이다. 중요한 시험이나 실적을 내어야 할 경우 치밀하게 계획하고 꾸준히 철저히 노력하지 않을 경우 당연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둘째, 지혜롭게 상황상황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 잘못된 작전으로 임할 경우 최선을 다한다 하여도 좋은 결과를 얻긴 어렵다. 82년 미국에서 '맨시니'와 세계타이틀을 하다 목숨을 잃었던 고 김득구 선수의 경우 그 투혼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초인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복싱인 장정구의 말에 의하면 김득구는 본래 강펀치의 인파이터가 아닌 약간 약은 스타일, 즉 치고 빠지는 식의 복싱을 하는 선수인 반면 상대 멘시니는 월등히 펀치가 강했던 전형적인 인파이터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맞대응할 경우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약게 시합을 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나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정신력을 앞세워 무리한 공격을 하다가 쓰러져 실려나갔고 결국 눈을 감게 된 것이다.


셋째,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구의 경우 9회 말 쓰리아웃까지 끝나 봐야 끝나는 거지 이기고 있다고 방심할 경우 뒤집어질 수 있는 게 스포츠이다.


마지막으로 자신감과 차별되는 자만심은 패가망신의 주원인이 된다. 과거의 어느 대통령이 선수촌에 방문하여 선수들에게 훈시를 했다. "운동선수는 우선 체력이 있어야 하고 팀을 위해 희생할 자세가 필요하며 그다음이 개인 기량인데 기본자세가 안 된 사람이 자기 기량만 믿고 까불 경우, 자신도 잘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라는 것이다. 축구의 차범근, 야구의 최동원, 장효조와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고 그 위에서 개인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노력까지 했던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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