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낙엽

by 최봉기

가을이 오면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에서 낙엽처럼 뒹굴곤 한다. 일단 더위가 사라지고 옷의 소매도 길어져서 덥지도 춥지도 않아 활동하기가 그만이다. 여성들이 가을을 좋아할 것 같지만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라고 한다. 나에게 그 얘길 해준 여자의 말로는 봄은 여자의 계절인데 그 이유가 여자는 빛에, 남자는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침침하기만 하던 주변이 봄이 되어 환해지면 여자들이 심리적으로 변화를 보이게 되고 더위가 사라지고 선선해질 땐 남자들이 그리 된다는 것이다.


아무튼 가을에 사고가 왕성해지면 그전에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일들이 문득문득 떠오르며 삶의 의미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나 자신도 언젠가는 떨어지는 낙엽이 되어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릴 것이란 생각과 붉게 물드는 단풍처럼 멋지고 후회없이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뇌리를 스친다.


또한 매년 가을을 소재로 한 곡들을 '가요무대'를 통해 들을 때의 애절함은 남다름을 느끼게 한다.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가을편지',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산장의 여인', '잊혀진 계절', '찬비', '가을비 우산속' 등. 이러한 곡들 속에서 과거의 일들, 기억 밖에 있었던 일들이 문득 의식의 수면위로 올라 오기도 하는 등 마음이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한다.


세상에서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조차 잊혀져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쉽게도 일찍 세상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 존재한다. 정치부문에서는 장준하, 가요계에는 배호, 김정호, 최병걸, 야구에는 조성민, 최동원, 장효조, TV, 영화부문 에서는 나시찬, 남정임, 최진실 등이다. 위의 인물들은 자신들의 분야에서 꽤 유명했던 인물들이었다.


어릴 적 내가 살던 집에는 장준하선생이 편집인으로 활동한 '사상계'잡지가 캐비넷 안에 수북 쌓여 있었다. 그때는 어릴 때라 별 관심도 없었지만 대학생때부터는 다양한 책을 대하면서 장준하란 인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불의와 결코 타협하지 않았던 인물이었기에 인생의 굴곡이 컸고 75년 추락사로 세상과 이별했지만 아직 의문사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배호란 가수도 우리와 그다지 친숙한 인물은 아니다. 우리가 초등학교 2학년때

지금 같으면 별 문제도 안될 신장염으로 29세에 세상을 하직하였다. 우리보단 우리 부모나 어저씨 아줌마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가수다. 그의 노래는 대개 슬픈 곡들이었고 특히 저음 부분의 감정 처리가 압권이었다. 내가 나이 마흔이 되면서 그의 노래가 조금씩 정서에 맞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의 곡들은 애창곡이 되어버렸다. 특히 '돌아가는 삼각지'. "삼각지 로타리에 궂은 비는 오는데 잃어버린 그 사람을 아쉬워 하며 비에 젖어 한숨짓는 외로운 사나이가 남 몰래 찾아왔다 돌아가는 삼각지." 이 노래는 갑갑한 시절 군에서 휴가나온 한 사람이 비오는 날 낮에 막걸리를 마시며 썼던 곡이라고 한다.


최동원과 장효조라는 70~80년대의 두 야구 영웅의 경우도 50대 초반에 생을 마감했던 아까운 인물들이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첫째, 각각 투수, 타자중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였던 별중의 별들이었다. 둘째, 이들은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여 타고난 재능에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노력을 했던 선수였다. 셋째, 고압적인 구단의 처사에 반기를 들고 자신들보다 못한 처우를 받던 선수들을 도우려다 소속팀의 눈밖에 나서 트레이드를 당했던 선수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생을 마감한 후에도 야구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최진실과 조성민의 경우는 한때 세간의 주목을 받던 커플이었다. 최고 투수로서 세상부러울 것 없던 조성민이 연상의 TV 탤런트를 만나 애도 낳고 잘 사는 것 같더니 부상을 당하고는 추락의 길을 가기 사작하였다. 세상과 이별하기 직전에는 알콜의존증이 심해 자신이 통화하며 했던 말조차 기억하지 못하였 다고 한다. 두 사람이 결혼전 최진실의 모친이 어느 관상 잘 보는 스님에게 두사람의 사진을 가져가서 짝이 되면 어떻겠는지 물어봤다는데 대답은 절대 결혼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잘못하면 둘 다 죽는다고 했다고 한다.


가수 최병걸의 경우 38세에 간암인가로 세상을 떠났다. 자녀들이 아직 어렸던 것 같은데 장례식장에 조문을 왔던 이주일이 흐느끼면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연예인도 생활을 하기 위해 연예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아셔야 합니다."


이상 내가 알고 있는 스포츠와 연예 부문 유명했던 인물들의 삶의 역정을 간추려 적어 보았다. 인간은 누구나 영원할 수 없다. 조금 더 길거나 짧게 살 뿐 별반 차이가 없는 한번만의 삶 동안에 울고 웃고 부대끼며 사는게 인간이다. 주어진 시간 동안 최소한 후회없이 살고 웃으며 눈 감을 수 있다면 괜찮은 삶이라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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