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의 고급화

by 최봉기

대한민국이 전쟁을 겪고 최빈국이었다가 의식주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기 시작하던 1970년대 들어 중년층들 대상 카바레에 이어 20대들 대상 고고장(디스코텍)과 나이트 같은 곳이 생겨나기 시작되었다. 먹고살기가 힘들 때엔 사실 춤출 여유가 없는 것이지만 살기가 나아지면서 낭만도 찾게 된 것 같다. 당시 뉴스에서 카바레는 어둠 속에 반짝이는 조명이 시력을 나쁘게 한다고 카바레를 부정적으로 보도했다. 사실 카바레는 별 건전한 곳은 아니었던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일부는 밀크로 목욕을 한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마시는 우유를 물에 넣어 목욕을 하면 피부에 좋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그럴 수도 있다 하겠지만 당시 먹고살기에 급급했던 중산층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돈을 주고 사서 먹던 그 아까운 우유로 목욕을? 한마디로 천인 공로할 일이었다.


또한 그 시절 해외에 갔다 오던(부산의 경우 주로 선원들) 사람들이 가져왔던 물품들을 보면 국내에는 없거나 국내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들이 많았다. 양주, 양담배, 커피, 카메라, 전기 믹스기, 시계, 만년필 등. 양주중 가장 눈에 익었던 게 '죠니워커', 담배는 '켄트'. 커피는 '멕스웰', 카메라는 '니콘, 캐논', 시계는 '로렉스(세이코, 라도)', 만년필은 '파카' 등이었다. 사실 그 후 10.26 사건으로 유명해진 '시바스 리갈'과 같은 양주는 일반인들이 잘 알지도 못했다.


그 시절 한 번씩 외식을 할 때 저렴하고 맛있었던 음식이 짜장면이었고 간혹 재수 좋을 때 함께 먹었던 게 군만두였다. 탕수육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아니면 구경을 하지 못했다. 기타 팔보채와 양장피 등은 이름만 들었을 뿐이었다. 생산 회중 저렴했던 것이 병어회와 오징어회 정도였는데 광어나 우럭은 있는지조차 몰랐다. 쇠고기 중에서는 불고기만 먹어봤는데 등심, 안심, 제비추리, 차돌 베기 등은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다.


당시엔 해외여행이란 건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었다. 서울 사람이 신혼여행 가던 곳은 주로 해운대나 아니면 제주도. 비행기의 스튜어 더스도 일반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던 고급 직업이었다. 금수저 친구의 아버지가 라이온스클럽 회원으로 나이아가라 폭포 여행을 다녀오셨는데 부부가 같이 가는 건 금지되어 있었고 한 명이 가져갈 수 있던 돈은 500달러 정도였다.


1980년 초 시작된 대한민국의 프로 스포츠는 처음엔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진 일본, 미국과 크게 차이가 났지만 현재 그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1980년 초만 해도 부산 구덕야구장에서 비 오는 날 야구를 TV로 중계하는데 노천에서 우산을 들고 진행하면서 옷에 빗물이 떨어져 중계 도중 진행자 멘터가 야구장 시설에 관한 불만 일색이었다. 그 후 최근 도움 구장도 생기며 초겨울에도 경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이번 겨울 동안 잠실을 비롯 몇몇 야구장에 선수들 라커와 샤워실을 새로 손을 보더니 메이저리그 구단의 시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한국의 한 선수가 열악한 시설을 신랄하게 지적하면서 그리됐다고 한다.


이렇듯 눈높이는 계속 높아져왔고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이다. 삶의 수준이 향상되는 걸 나쁘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가 되기도 한다. 과연 세계를 호령하던 로마제국이 생활 수준 때문에 망했는가? 오히려 너무 풍요로워지다 보니 정신적 만족보다 달콤한 쾌락이나 추구하다가 결국 초심을 잃고 삶의 방향성을 상실하여 그리된 것 아닐까?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을 하면서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생활고와 불안감속에서 지낸다. 우리도 만일 유사한 일이 벌어진다면 현재의 생활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비교적 풍족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한다고 하여도 한 번쯤은 과거 빡빡했던 시절을 생각하며 현재 생활에 감사하는 맘이라도 가져봐야 할 것이다. 그런 취지를 담은 행사를 한번 추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다 못해 '연탄 방 취침 행사', 아니면 '공사현장 체험'이라도. 그리 함으로써 과거 어르신들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했던 노력을 느껴본다면 현재 삶에 대한 고마움이 배가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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