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청춘'과 '하숙생'

by 최봉기

1964년도에 제작되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가 있다. 고인이 된 신성일의 출세작으로 당시로선 상상을 초월하는 3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였다. (서울 인구가 250만 일 때 25만이 관람) 당시에 별로 유행하지 않던 짧은 헤어스타일과 청바지가 선을 보이며 새로운 유행으로 선보이기도 하였다. 그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국내에는 없던 청바지를 홍콩에서 특별히 주문했다고 한다. 고인이 된 야구해설가 하일성은 "제가 '맨발의 청춘'을 보고 보름간 학교를 안 갔다는 거 아닙니까? 당시 신성일 씨는 저의 우상이었어요."란 말을 하기도 했다.


건달 서두수(신성일 분)가 길거리에서 불량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외교관의 딸 요안나(엄앵란 분)와 친구를 구해준다. 그 후 요안나는 두수를 좋아하게 된다. 두수는 창녀들이 사는 흐름 한 방에 살고 요안나는 부유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 그러나 그 둘은 서로 이질적인 생활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두수는 요안나를 프로레슬링 경기장에 요안나는 두수를 오케스트라 연주장으로 데리고 간다. 또한 두수는 요안나가 읽는다는 성경을 읽고 운명교향곡을 듣고 주스를 마셔 본다. 반면 요안나는 두수가 마신다는 위스키를 마시고 복싱 잡지를 보고 아령을 들어 본다. 두수는 데이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저지른 사기로 약속 장소에 나가지 못하고 요안나는 소식을 궁금해하며 대관령에서 편지를 보낸다. 두수가 출소하고 둘은 다시 만나지만 신분의 차이로 장벽에 부딪치게 된다. 요안나는 두수가 올바른 생활을 하게 하려고 어머니 친구에게 두수의 취직을 부탁하고, 알선하는 자리에서 모욕을 당한 두수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려 한다. 그리하여 밀수 건의 해결을 위해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기로 한다. 요안나는 아버지가 계신 태국으로 보내지게 되자 두수를 찾아 가출하고 둘은 경찰의 눈을 피해 시골로 도망간다. 거기서 하룻밤 동안 둘만의 행복을 맛본 후 동반 자살한다. 둘의 장례식도 신분의 차이를 보여주듯 요안나는 호화로운 반면 고아 두수는 수레에 실려가며 맨발이 가마니 밖으로 나와 있는데 건달 동생 아가리 (트위스트 김 분)이 자신의 구두를 신겨 주며 막을 내린다.


한마디로 이루어지지 않고 좌절된 두 남녀 간 사랑의 슬픈 이야기. 남녀 간 순수한 사랑은 신분의 차이를 이기진 못하고 슬픈 결말로 끝나지만 때 묻지 않은 청춘남녀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에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제작된 해가 바로 우리가 태어난 무렵이기 때문이다. 그 시절은 현재와는 경제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들 삼시 세 끼나 겨우 먹고 지낼 때였겠지만 인간들 사이엔 그래도 온정과 끈끈함이 있던 때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인간은 여유가 생길 때 오히려 욕심도 많아지고 인심도 박해진다고 한다. 그 영화 마지막 수레 위 가마니 밖으로 나온 맨발은 고아의 인생 그 자체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다가오며 이태리의 명품 '페라가모' 이상의 주목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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