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과 황당함

by 최봉기

인간은 대개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으로 생활한다. 늘 계획속에서 기상, 식사, 활동, 취침으로 하루를 보낸다. 그러한 예측가능한 생활 가운데 뭔지 평소와는 다른 얄궂은 짓거리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을 '일탈'이라 부른다. 사회학에서 일탈행위는 인간의 사회적인 행위 중 하나로 나오는데 일탈보다 정도가 심한 끔찍한 행위는 딱히 정확한 표현이 없어 속된 말로 '또라이 짓'인데 이 글에서는 황당 (행위)라고 표현한다.


내가 초등학교 때 해수욕장을 갔는데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청년들이 그것도 대낮에 한잔씩 했는지 얼굴이 벌겋게 되어 요란한 음악을 켜놓고 한명씩 나가 수영복 차림으로 춤을 췄던 걸 본 기억이 난다. 당시엔 간간이 고등학생들이 뒷골목이나 만화방, 독서실 옥상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정도를 일탈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생각했지만 그보단 약간 정도가 심했던 걸로 기억난다.


대학에 들어가서 주변의 누군가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자신은 다른 대학을 다니다 다시 시험을 봐서 대학을 들어왔는데 한번은 대학시험 당일에 고사장 대신 영화관으로 갔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유야 정확히 모르지만 듣고 있던 나의 입장에선 이해 자체가 잘 되지 않았다. 입시관련 웃긴 에피소드가 있다. 78년도였던가? 본고사 시험 당일에 어떤 사람이 집에 시험보러 간다고 고사장에 갔다가 고사장에 들어가지 않고 계속 화장실에 있었는데 하도 지루해서 변기에 앉아 별 생각 없이 문을 손까락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그러자 옆칸에서 그 소리를 들은 누군가가 경찰서에 간첩이 무전 친다고 신고하였다.


그 밖에 대학 1학년때 시험기간이 가까워져서 바쁘게 시험공부를 할 때 같은 방을 썼던 친구가 주변의 삼류극장에 가서 봤던 영화 스토리를 얘기해 주었다. 당시 그 친구는 방황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대학 4년간은 꽤 모범생으로 지냈기에 주변의 방황하는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후 심한 방황을 한 적이 있었는데 늦방황은 늦바람만큼 무서운 것 같다.


일탈의 도를 넘는 황당한 일도 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보았던 동영상이 그것이다. 미군정이 제작한 여수순천사건 형집행 장면이었다. 사형집행을 받으러 트럭 짐칸에 앉아 이동하던 사람들이 포승된 채 잠시 휴식시간에 담배를 피우는데 침울하거나 자포자기의 표정이 아닌 낄낄대며 담배를 피웠던 모습. 불과 죽기 몇시간전이었던 것 같은데 이리 여유로울 수 있었을까? 그 다음 이어지던 장면은 사형장에서 총살을 당하는데 눈을 가린채 나무틀에 등을 기대고 묶인 채 멀리서 저격수가 일대일로 총을 쏘았고 그 다음은 권총을 든 사람이 총맞은 사형수 한명씩 머리에 총을 쏘았던 확인사살 장면. 이렇게 끔찍한 장면은 그 이전이든 이후든 본 적이 없다.


유신 반대데모가 한창이던 1975년 서울대 농대생 김상진은 수원캠퍼스에서 유신체제와 긴급태세에 항거하여 양심선언문을 낭독한 후 할복자살을 하였다. 피투성이가 되어 실려가며 그는 친구들에게 애국가를 불러 달라고 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있었던 시위중 이 정도 살벌했던 돌발적 사태가 있었을까? 말이 나오지 앉는다.


영화 '디어헌터'에서는 베트남인들이 포로로 잡힌 미군을 묶어 물에 가두어 놓고는 러시안 룰렛을 하며 도박하던 모습이 나온다. 마지막 부분에서도 마이클 (로버트 드니로분)이 거의 반정신병자가 된 친구 닉을 발견하는데 닉은 러시안 룰렛을 하다 결국 총탄이 발사되며 머리에 맞고 사망한다. 70년말 그 영화가 상영될 때 미성년자는 절대 영화관에 넣어주지 않았다. 당시 중학생 이었던 친구 하나는 부산의 부영극장에 그 영화를 보러 갔는데 몇번 입구에서 출입이 제지되기도 하였다. 나는 대학생인 아들에게 그 영화 스토리를 얘기해 줬는데 러시안 롤렛 부분에서는 "그런 걸 왜 해요?"라고 묻는데 나는 대답을 못했다. 왜 그런 걸 하는 것인지 아직 잘 알지 못하겠다.


이성적인 행동을 주로 하는 인간에게 간혹 찾아오는 심리적 비정상 행동, 그것은 일탈인데 그보다 정도가 심한 끔찍하기까지한 일이 생기는 상황과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고 얄궂기도 하다. 사람은 극도의 공포감이 올 때 생똥을 싸는 경우가 있다고 하고 극도의 압박감이 올 땐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건 한마디로 인간이 돌아 버린다는 것이다. 이장희의 노래 '그건 너'에는 "♬~너 미쳤니? 하면서 껄껄 웃더군♬~"이라는 가사가 갑자기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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