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있어 최고의 선은 행복이라고 한다. 그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여럿 있다. 건강, 돈, 명예, 가족, 친구 등. 우선 가장 기본적인 것은 뭐니 해도 건강이다. 오늘내일하는 사람에게 금은보화나 명예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 따라서 건강할 경우라면 가보지 않았던 환상적인 곳으로 여행을 할 수도 있고 골프나 스키, 요트 등 흥미로운 취미를 통해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여행과 취미를 위해서는 주머니에 돈도 좀 있어야 한다. 주머니에 돈이 없다면 집에 박혀있거나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종일 일만 해야 한다. 너무 궁색하고 여유가 없을 경우엔 마음도 어둡고 염세적이기 쉽다. 최소한 먹고사는 것은 걱정하지 않을 정도는 되어야 행복이란 말을 꺼낼 수 있다.
그럼 돈만 많다면 마냥 행복할 수 있는 것인가?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기쁨은 어느 정도이지 무한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오히려 돈이 너무 많을 경우 행복 대신 반대로 불행이 찾아오기도 한다. 돈이란 것이 삶에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우선 그 돈 속에 땀과 노력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어려움을 겪고 한 푼 두 푼 아껴 모은 돈과 유산으로 물려받은 돈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다시 말해 쉽게 손에 쥔 돈은 쉽게 날아갈 수 있다. 주변에 귀에 혹한 얘기를 하는 사람의 유혹도 있고 술과 도박과 여자에 빠지기도 쉽다.
돈은 행복 대신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돈이 있을 경우 주변에 모이는 사람들은 자신이란 인간이 좋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돈을 보고 모인다. 다시 말해 돈이 없어질 경우 순식간에 주변의 사람들은 사라질 수 있다.
둘째, 돈이 있으면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며 감사하기보다는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보면서 자신과 비교한다. 즉 자기는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저택이 있는데 부자는 별장도 있다. 어리석게도 자신은 스스로 난데없이 초라함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 자책하게 되기도 한다.
셋째, 돈이 많을 경우 자식들이 부모의 돈을 서로 차지하려고 시기, 질투를 하는 통에 가족의 안녕이 무너지고 심한 경우 장례식장에서 칼부림이 나기도 한다. 차라리 못살았다면 자식들이 허리끈을 조으고 일하면서 오히려 온정이 감돌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돈이 많아질 경우 인간의 사고가 지극히 단순해질 수 있다. 돈이 없을 땐 지식, 의리, 낭만 등 돈 이외에 다양한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삶 속의 가치가 폭넓은데 돈이 많아지면 모든 게 돈으로 환산되며 속물화될 수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코미디언 이주일이 TV 토크쇼에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TV에 나오고 돈 좀 벌었다고 하니까 왠 놈의 친척들이 그리 많습니까? 또 밤무대에서 일 마치고 나오면 과거 달동네 이웃들이 하루가 멀다 찾아와 치료비 좀 보태 달라합니다. 과거에 같이 꿀꿀이죽 먹으며 살던 처지인데 외면할 수 있습니까?
이상 행복과 돈의 애매한 관계를 스케치해 보았다. 내가 어릴 적 다들 못살던 시절엔 빡빡했던 생활 속에서 자신보다 남 생각해주는 마음이 지금보다 오히려 나았던 것 같다. 겨울철 김장을 하면 옆집에 한 포기 갖다 주며 온정을 나누었기에 지금보다 훨씬 추웠던 날씨가 포근했던 것 같다. 못 살 땐 돈이 어디서 좀 생기면 마냥 행복할 것 같았는데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