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파

by 최봉기

세상에 태양은 둘일 수 없는가? 하나가 태양이면 하나는 달이라도 되면 될 일이다. 하지만 태양이 보기에 달은 낮에도 뜰까 두려울 수 있다. 따라서 최고 통치자가 있으면 나머지는 모두 부하 내지 신하가 되는 게 정치의 현실.


인간은 저마다 자신만의 개성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생각과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침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떤 조직에서도 충성파는 조직이 몰락하지 않는 한 누구보다 안전 운행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일단 보스와 함께 가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에서 흔히 말하는 능력의 범주에 혹자는 '아부'까지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능력은 전문지식, 식견, 판단력, 외국어 능력 등을 말하는데 영향력 있는 사람의 비위 맞추는 것도 능력이 아니라고 할 순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전제군주제에서 왕의 비위를 잘 맞춰서 자신도 잘 되고 왕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을 경우 처세를 잘한 능력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 반면, 왕이 무능하거나 역사에 오점을 남긴 인물일 경우 옆에서 비위나 맞춘 사람은 영락없이 간신배가 되는 것이다. 나 자신 역사에 깊은 식견을 갖지 못해 조심스럽지만 '한명회'와 같은 인물들은 충신이란 소리를 듣진 못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들이 모셨던 왕에게는 충성파였지만 그 왕이 좋은 평가를 받진 못한 군주였던 것이다.


충성파 하면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 장세동. 이 인물도 자신의 주군의 평가에 따라 자리매김 되긴 한다. 고향이 전남 고흥이라 전두환과는 지연도 없이 단지 육사 선후배 관계로 월남전에서 총을 맞아 병원에 치료차 있을 때 상관이던 전두환이 용맹했던 그를 좋게 본 게 인연이 되었다고 한다. 그 후 마지막 순간까지 전두환을 배반하지 않고 전두환의 죄를 자신이 대신 덮어 쓰려했던 인물이었기에 충성파의 아이콘이 되지 않았을까?


충성파라도 끝까지 자리를 보장받지는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방원의 곁을 지켰던 일등공신 이숙번이 그러하였다. 2차 왕자의 난을 승리로 이끈 그였고 태종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건만 결국 세종으로 왕위가 넘어갈 때 유배지로 보내졌다.


주먹계에서는 충성파 중 보스를 팔아먹었던 경우도 있었는데 대표적 인물이 임화수. 그는 이정재 옆에서 이인자로 있으며 온갖 영화를 누리다 이정재가 몰락하자 자신의 보스를 팔아먹었다. 모두 그 인간이 시켜서 한 것이었다고 하며 자기 몸만 사리다 결국 자신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임화수와 함께 교도소로 갔던 유지광은 임화수와 달리 모든 건 아정재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이 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가 오히려 혁명 위원장 박정희의 특별 사면을 받고 출소한다. 당시 박정희는 유지광의 의리를 높게 샀다는 추측이 있다. 정황상 박정희는 여수 순천 사건으로 조사를 받을 때 자신이 살기 위해 국군 내 남로당 소속 인물들을 모두 사형당하게 했던 과거 자신의 부끄러운 치부가 있었고 그런 과거 때문에 그랬던 건 아니었을는지?


큰 일을 도모했던 자들은 충성파가 없었더라면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박정희의 경우 김종필이 없었다면 5.16 쿠데타를 성공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을 잡은 후엔 이들의 관계가 꼬이게 된다. 김종필은 후계자로 최고 권력자에 도전하려 할 때 박정희는 헌법을 바꿔 영구집권을 하려 했다.


전두환과 노태우의 관계를 보면 완전한 충성파는 없는 것 같다. 목숨을 걸고 충성한 후 전두환의 도움에 힘입어 자신이 대권에 오른 노태우는 뒤에서 상왕처럼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과거 자신의 주군을 백담사로 보내 버린다.


지금까지 충성파에 대한 현대사의 영욕을

살펴보았다. 장세동처럼 끝까지 보스 곁에 머문 경우, 김종필처럼 관계가 꼬이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경우, 노태우처럼 서로 대립하게 되는 경우 등. 충성파였으면 끝까지 충성파의 길을 갈 것 같지만 사람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모양새가 각기 다른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권력 앞에서는 친구도 동지도 없단 말이 새삼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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