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할 때 조심하거나 피해야 하는 주제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정치, 또 하나는 종교이다. 각각 주관적인 견해가 부딪히면 답이 없다. 얼마 전 대선에서 두 후보자와 그 지지자들은 극과 극으로 갈라졌다. 나의 입장에서는 배울만큼 배웠다는 사람들이 이리도 다른 생각을 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제는 종교이다. 나는 내년이면 예순이 되는 남자로서 과거 천주교 신자였지만 우연히 개신교 포함, '여호와 증인'이나 '신천지'와 같은 교파의 사람들을 접할 기회가 이따금씩 있었다. 예전에는 주일이면 늘 교회도 나가고 가서 기도도 했지만 어느 때부터는 교회에 가서 앉아 있으면 마음이 평화롭지 않아 요즈음엔 교회를 나가지 않고 있다. 기도의 경우도 과거 내가 했던 기도는 존재에 대한 감사에 희생과 봉사를 실천하는 기도가 아닌 잘 먹고 잘살게 해 달라는 기도였다. 어쩌면 내가 머릿속에서 생각해낸 신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거나 구걸했던 기도였던 것 같다.
세상에 있는 온갖 종교는 자연의 엄청난 힘 아래에서 두려움을 갖는 인간의 미약함에서 시작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천 년 전에 세상에 와서 십자가에서 처형을 당한 예수를 제외하고 인간의 출생과 사망의 비밀을 속시원히 설명할 수 있는 존재가 세상에 과연 있을지는 의문이다. 구약에는 모세, 엘리야 등 선지자들이 나오는데 이들도 신의 계시를 받은 걸로 성경에 나오지만 부활하신 구세주 예수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가 사망한 후 수십 년이 지나 예수의 과거 행적을 근거로 정리한 책이 신약의 5대 복음서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예수 외에 인간 존재의 비밀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허경영이다. 허 씨 주변 사람의 말이 그의 말은 숨 쉬는 것 빼고는 다 거짓말이라고 한다. 그 외에 (사이비) 종교인이라 말하는 고인이 된 통일교 문선명, 천부교와 신앙촌의 박태선, 장막성전의 유재열, 신천지의 이만희와 같은 이들도 있다. 그들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영적인 힘이 있는지 축적한 재산도 수백억에서 수천억씩 된다고 한다. 어렵게 회사를 세워 뼈 빠지게 일하고 법인세를 내지도 않아도 돈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추종자들의 존경도 받는 종교사업 만한 사업도 세상에는 없을 것이다. 이들 교주들이 말하는 진리란 걸 천주교나 개신교에서는 사이비 교리라고 하고 자신들 교리를 정통교리라 한다. 하지만 정통교리란 것도 하늘의 계시로 된 것도 아니고 인간이 성서의 말씀을 근거로 연구하여 나온 것이다 보니 어떨 땐 자의적이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하며 절대적 권위를 가지지 못한다. 게다가 천주교는 중세 천년 동안 오랜 치부가 있었고 그래서 나온 개신교도 하느님을 말하며 돈을 우상으로 섬기니 기득권을 내세우는 두 교파도 사이비 종파에 대고 큰 소리를 칠 입장은 아니다. 이에 따라 현실적으로 종교는 주인이 없는 산인 무주공산과도 같아 보인다.
천주교와 개신교에 여호와증인, 신천지를 포함한 모든 교파는 바이블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각 교파별로 성서에 대한 해석은 크게 차이가 난다. 로마시대 때 탄압받던 구교가 공식 종교로 인정되어 천년 간 서양을 이끌어왔지만 세속화되고 부패해지자 종교개혁을 통해 나온 신교가 구교의 권위에 거세게 도전하며 새로이 교세를 키워나갔다.
개신교에 다니는 교인들은 천주교가 문제가 있어 개신교 교회에 나간다고 한다. 개신교 장경동 목사는 한술 더 떠서 "스님들이 자기를 보고 형님이라 부르는데 그 이유가 예수님이 부활을 통해 도를 깨닫게 해 주셨는데 스님들은 아직 그걸 몰라 벽을 보며 도를 닦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의 진위 여부를 나 같은 사람은 잘 판단할 수 없다. 사후세계에 관한 것, 구원에 관한 내용도 성서에 부분적으로 언급이야 되어 있지만 명쾌하게 풀이된 것은 별로 본 적이 없다. 유추 혹은 추측성 해석이 대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세상의 종말 때 예수가 다시 세상에 내려와 심판을 한다고 하는데 인간이 사망할 경우 그 심판 때까지는 한동안 어디서 따로 대기하게 되는 것인지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천주교에서는 천당과 지옥 외에 연옥이 있다고 하는데 성서에 하늘나라와 불덩이는 언급이 있지만 그 중간의 연옥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죽음 후 영적인 체험을 학문으로 체계화한 '죽음학'의 근사체험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영이 육체를 벗어나 터널과 같은 어둠을 통과해서 갑자기 밝아진 공원 같은 곳에 가서는 과거에 세상을 떠난 영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고 한다. 그런 곳이 천국인 것인지? 또한 지옥은 따로 존재하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공자는 "생도 모르면서 사를 알려고 하느냐?"라는 말을 했다는데 혹자는 그것이 공자의 한계라고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공감이 간다. 교인이나 신도들 중에는 교회에 주일마다 나가 헌금을 하고 절에 돈을 내면 복이 온다는 기복신앙을 따르는 자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신앙은 어찌 보면 자기만 잘살고 자기만 천당 가면 된다는 이기적인 신앙인데 그런 교회는 입으로는 사랑을 외치지만 그 안에는 하느님이 아닌 마귀가 군림하는 곳이 아닐까 한다. 또한 그런 천당은 만일 있다면 마귀가 주인인 천당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