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왜 공짜는 없는가?

by 최봉기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공짜라는 걸 꽤 좋아한다. 하지만 공짜 좋아하다가 더 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사실을 철이 들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어릴 때 친척집에 가서 며칠 놀고 용돈까지 받아서 집으로 오면 부모님께서 늘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 "그게 결국은 다 빚이다"였다. 우리말에 '얌체'란 말이 있다. 자신은 조금도 베풀지 않으면서 남에게 늘 공짜로 뭘 잘 받아먹는 사람들을 말한다. 얌체짓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근시안적인 경우가 많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면 빈대 붙는 것만큼 짭짭한 게 없겠지만 자신의 이미지가 그리 형성되면 머지않아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어 이미지가 나빠지고 결국은 그만큼 혹은 그 이상 손해를 볼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렇듯 세상에 공짜가 없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본성이 이타적인지 이기적인지를 물어본다면 나는 이기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모든 일에서 남을 자기보다 우선시하며 자기 실속을 차리지 못할 경우 결국 힘들여 죽을 쒀서 개나 주는 모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늘 자신을 버리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은 어찌 보면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과 같은 사람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대부분이 현실에 민감한 이기적인 인간들이지만 간혹 자신을 버리고 남을 위하는 누군가의 고귀한 행동을 볼 땐 마음속 깊이 경외감과 존경심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인간은 간혹 오만하여 자신의 능력만으로 현재의 위치에 있다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지금껏 이 세상에서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직간접적인 도움이 있었는지 맘을 비우고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어찌 보면 자신이 뽐내는 것 중 상당 부분이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몫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가진 재능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고 주변에서 자그마한 도움을 준 사람들도 생각보단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세상에는 거저 이루어지는 일이 없으므로 이를 공짜로 생각할 경우 오산일 수밖에 없다.


현재 당연시하는 것들조차 그 속엔 뭔가 오묘함과 신비로움이 숨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지구란 우주의 한 혹성에서 먹고 자고 생활할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어느 정도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일 그 거리가 현재보다 가까울 경우 우리 모두는 연탄 위의 오징어가 되고 반대로 멀 경우 우리 모두는 냉동고의 명태가 된다. 이렇듯 지구가 생긴 이래 46억 년 전부터 줄곳 그러해 왔다는 것은 단지 우연으로만 던지기엔 너무나 오묘하고도 신비로우며 이 또한 공짜라고 볼 수는 없을지 모른다.


이렇듯 현실 삶 속에서 자신이 도움을 받은 감춰진 많은 것들과 초자연적인 것까지 고려하면 우리는 이러한 것들로부터 빚을 지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주변의 이웃에게 진 빚, 사회에 진 빚, 조상에게 진 빚에다 하늘에 진 빚까지 모두 인정하고 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공짜만 쫓는 얌체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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