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유전적으로 자신의 재능과 성격 혹은 기질 등이 어느 정도 정해진다. 자신에게 재능이 없는 일을 할 때 남보다 더 노력을 하고서도 별반 낫지도 못한 성과를 낸다면 과연 자신의 삶이 행복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으려면 우선 자신이 재능이 있는 일을 선택, 그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내가 좋아하고 다른 분야보다는 재능도 있다고 생각되는 분야를 대학 전공으로 선택하여 4년간 공부하였다. 그 후 대학원 때 자신의 재능이나 적성과 무관한 분야를 단지 현실적인 필요에만 맞춰 공부한 적이 있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내가 그때 왜 그리도 성숙하지 못한 판단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시행착오를 거친 후 적성과 능력에 맞춰 과목을 조정하여 결국 대학원 공부를 마치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적응력이 꽤 뛰어난 민족 같다. 고등학교 때 성적이 좋았던 사람들이 좋건 싫건 학점을 이수하여 졸업을 하고 그 후 취업 혹은 석박사 과정에서 공부도 하게 된다. 전공이 자신을 맞춰주지 않더라도 나름 자신이 전공에 맞춰서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졸업까지 하게 되니 이처럼 현실 적응이 뛰어난 민족이 또 있을까?
이러한 현상은 과거 산업화 과정 혹은 군 복무 경험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60, 70년대의 경우 일단 먹고살아야 하는 게 최우선 과제인데 적성이나 개성 등은 따질 여유도 없었고 이러한 것들은 논외의 얘기일 수도 있었다. 또한 군 복무 시에는 임무가 부여된 주특기를 좋건 싫건 익혀야만 하므로 이런저런 이유를 댈 수가 없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주인이기보다 주어진 환경하에서 인간이 끼워 맞춰지는 구조. 하지만 저마다 적응해서 밥벌이, 돈벌이하는 걸 보면 대한민국 국민 개인별 정신력과 자질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삶에서 현실 생존능력이나 환경 적응력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것들은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하지만 그것들로 행복이 완성된다고 보긴 어렵다. 자신이 어떤 일을 선택하여 매 순간 하는 일 자체에서 늘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행복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그런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때 성공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과거 학창 시절 때 공부를 썩 잘하지 못했던 사람들 중 공부 이외의 재능이 있는 사람이 간혹 있다. 예를 들면 스포츠나 예능과 같은 일이 그러하다.
유명 가수 나훈아는 중학교 때 부산 대동중학에서 야구선수를 하였는데 당시 선수로서 별 두각을 내지 못하였고 공부도 별로여서 일찌감치 서울로 올라가 공부 이외에 할 일을 찾았다. 그러다 자신이 그래도 남보다 노래를 잘하니까 가수가 되어 보려고 음반 제작사인 '지구레코드사'를 찾아 갔다고 한다. 무명시절 주로 했던 일이 음반 제작소에서 청소하는 일이었는데 그러다 취입한 음반이 뜨면서 그 회사도 빚을 청산하고 돈벌이를 하게 되었고 그도 드디어 무명의 딱지를 떼게 되었다. 처음 음반을 낼 때 일반 가수들이 최소 일주일에서 한 달은 걸리는 일을 그는 발성, 음정과 박자가 워낙 정확하고 소화능력이 뛰어나 한 번에 바로 끝냈다고 한다. 그 사람이 가수 '나훈아'이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그의 노래 '물레방아 도는데'를 들으며 어떻게 노래를 저리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나훈아는 지금도 노래방에서 애창되는 '머나먼 고향' , '고향역' 등 많은 히트곡으로 현재 저작권 수입만 해도 월 5천~1억에 달한다는 얘기가 있다.
나훈아가 30여 년 전 토크쇼에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미국의 아틀란틱 시티의 큰 호텔로부터 공연 제의가 왔다고 한다. 그 호텔의 한국인 투숙자가 늘다 보니 한국 투숙객에게 한국 최고의 가수를 조사해 봤다는데 이구동성 '나훈아'였다고 한다. 나훈아는 속된 말로 한번 튕겨보았다고 했다. 자신을 부르려면 조건이 있는데 공항에서 호텔까지 헬기로 이동, 스태프들은 리무진으로 이동하여 레드카펫으로 호텔 입장, 자신이 묵는 호텔과 식사는 세계 초고급 수준 등. 그때 자신은 자신의 제안이 거절되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자 호텔 측에서 기꺼이 제안에 응하면서 수영장이 있는 초호화 룸에 식사 때 나오는 음식이 나서 보지도 못했던 100여 가지의 초호화 음식들을 제공받았다 했다. 이 정도면 세계 최고 수준의 대우였으며 그 분야 촤고의 성공 케이스 아니었을까?
가수 나훈아 외에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승부를 걸었던 한 지인이 있다. 그는 나랑은 고등학교 때 동기였던 친구이다. 고등학교 때 그룹사운드의 드럼을 맡았던 그는 대학에서 관광경영학과에 입학하였는데 대학 때부터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살 생각을 했다고 한다. 대학 때 강변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았던 이상우의 '슬픈 그림 같은 사랑'을 작곡한 작곡가 박정원이다. 그는 그 밖에도 '이젠' 등 많은 곡들을 작곡하였고 tv 드라마의 '가을동화', '겨울연가', '소문난 칠공주' 삽입곡을 맡기도 하며 주변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수준급 작곡가로 활동하였다. 그의 말에 의하면 작곡 일도 마감이 다가올 땐 녹음하면서 거의 일주일간 밤을 새운다고 하는데 그 힘든 과정도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이니까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는 작곡한 곡을 가수에게 줄 때 최소 몇 달에서 최고 몇 년이 걸린다고 한다. 부르는 가수가 완벽한 수준이 되기 전까지는 속된 말로 계속 뺑뺑이. 그러다 보니 자기의 곡을 받은 가수는 다음에 자기 앞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도 하였다.
위에서 언급했던 두 경우 외에도 남들이 뭐라고 하든 진정 자신이 좋아했던 일을 하면서 성공을 거둔 경우가 더러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모름지기 자신이 진정 좋아했던 일에 매진하여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경우도 있을진 모른다. 하지만 한 번뿐인 인생에서 진정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는 있지 않을까? 또한 성공의 보장은 없지만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성공의 가능성도 좀 더 높아지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