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개혁과제

천주교를 중심으로

by 최봉기

내가 직접 경험했던 신앙생활에 관해 스케치해 보겠다. 소재가 매우 무거울 뿐 아니라 종교란 게 정치와 더불어 개인마다 생각에 차이가 있고 답이나 결론이 명쾌하기 어려운 분야라 잘못하면 싸움이 날 수도 있어 토론을 피하거나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나 자신의 경험이 독자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니 그리 이해해주기 바란다. 각설하고 나는 학생 때나 직장인일 때 종교를 적어야 할 경우 '천주교'라고 적었다. 최근에 만일 종교를 묻는 경우 그 물음 칸을 비워 둬야 하나 싶은 생각이다. '무교'라고 적긴 좀..


내가 천주교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1974년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우연히 친구 집에 놀러 가 그 친구가 자신이 다니던 성당 교리책을 보여 주길래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었는데 그걸 신앙심이 깊으셨던 그 친구 모친이 보시고는 기특하다고 하시며 성당에 전화를 해주셨고 그때부터 교리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당시에 성당이란 곳은 여기저기서 찬송가 벨소리가 마구 들리던 예배당처럼 흔하지 않았고 일부 사람들은 하느님 대신 마리아를 믿는 곳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아무튼 성당에 발을 딛인 후 첫 영성체 교리를 계근하며 열심히 배우고 세례를 받은 후 미사 때 사제를 보좌하는 복사에서부터 '레지오'단원까지 하며 미국인 주임신부와 성당 교우들 특히 친구 어머니들 사이에서 신앙심이 깊은 아이로 기억되게 되었다. 특히 나는 천주교 집안이 아닌데도 그러한 친구들보다 더욱 열심한 신앙생활을 했던 드문 경우였다.


그리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었고 주일에는 늘 성당을 나가는 생활을 하였다. 어릴 땐 시키는 대로 했지만 조금씩 정신적으로 성숙해가면서 인간의 존재와 삶에 관한 근본적 사고를 하기 시작하였다. 지금껏 주일미사 참례에 사순절, 부활절, 성탄절 등 각종 전례 지키기 그리고, 나와 내 가정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정도가 솔직히 신앙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과연 그 정도로 온전한 신앙인이라 할 수 있나 싶어 성서도 공부하고 종교 및 철학 관련 책을 보기도 하였다. 간혹 사제들을 만나 성서에 관해 물어보기도 했는데 그들의 반응은 의외로 실망스러웠고 사무적이었다. 예를 들면 "성서는 성서 공부하는 모임에 가서 배우면 됩니다"라는 식. 사제가 되기 위해 즉 복음을 전하기 위해 독신생활까지 한다는 사람들이 하느님 말씀이란 성서에 대하여 마치 비종교인들 같은 얘길 하는 것이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크리스트교의 교리는 대개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에덴동산에 아담과 하와를 살게 했는데 먹지 말라고 한 선악과를 먹은 후 낙원에서 추방되어 남자는 노동으로부터 여자는 출산의 고통을 느끼며 힘들게 살게 되었다. 이에 하느님이 인간을 사랑하시어 예수를 세상에 보내시어 피로서 인간의 죄를 대신 속죄하게 하셨다는 것이다. 그 후 세상의 종말이 오면 하늘에서 다시 예수님이 천사를 거느리고 구름을 타고 세상에 내려와 선한 자와 악한 자를 심판하여 선한 자는 천국으로, 악한 자는 불덩이 지옥으로 떨어지게 한다는 것.


교회에서 소위 '죄'로 규정되는 것들은

십계명으로 요약된다.

첫째, 야훼 이외의 신을 섬기지 말라.

둘째,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

셋째,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넷째, 부모를 공경하라.

다섯째, 살인하지 말라.

여섯째, 간음하지 말라.

일곱째, 도둑질하지 말라.

여덟째, 거짓증언을 하지 말라.

아홉째,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열째,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

이중 살인, 도둑질은 범법 행위이지만 나머지는 하느님을 공경하고 선한 인간이 되라는 내용으로 이해된다.


십계명을 충실히 지킬 경우 하느님의 나라에 갈 수 있다고 얘기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만일 주일을 나름 거룩하게 지내는 사람이 현실적인 권력과 돈에 대한 소유욕이 강할 경우 이는 '금송아지' 대신 '권력'이나 '돈'이란 우상을 숭배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 자들은 신앙인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돈과 권력의 가치가 하느님 위에 있는 사람이다. 많은 돈과 권력을 소유하는 크리스천 중에는 교회에 잘 나가고 열심히 헌금을 했더니 하느님께서 돈과 권력을 선물로 주신 거라고 떠벌이기도 한다.


또한 내가 개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고 싶은 신앙관이 '기복신앙'이다. 이는 극도의 이기적인 신앙관일 수 있다. 교회를 열심히 나가면 하느님이 복을 주신다고 믿는다. 먼저 생기는 의문 하나는 교회는 안 나가지만 행동이 더 올바른 사람은 복을 받지 못하는가? 또한 교회에 나가서 받은 복이 진정 있다면 자신만 그 복을 챙겨야 하는가? 하느님께서 주시는 복을 혼자만 독점할 경우 이를 올바른 크리스천의 태도라 할 수 있는가? 설령 교회에 나가지는 않는 이웃 중 생활고가 심해 삶을 포기하려 하는 경우가 있을 경우라면 자신이 받은 복의 일부라도 떼어주는 것이 올바르지 않은가?


현대판 '우상숭배'와 '기복신앙'을 언급했는데 교회는 이미 뭔가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는데 그걸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하고 싶은 얘기가 '현대판 바리사이'. 교회에 가면 주일날 사제들이 4대 복음을 낭독하고 강론 혹은 설교를 한다. 성서에 따르면 예수님 당시 이스라엘의 기득권층, 즉 바리사이, 사두가이, 율법학자들은 혜성같이 나타나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예수란 인물이 자기네들의 기득권을 위협한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예수의 하나하나의 행동거지에 온갖 흠집을 내려했고 결국 일반 대중들로 하여금 그가 대역 죄인이라는 사실을 부추김으로써 결국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다. 교회에서 사제들은 바리사이가 나쁜 무리인데 우리의 구원자 예수님은 율법만 내세우던 이들에게 율법보다 중요한 사랑을 전하며 이들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셨다고 외친다. 그런데 2천 년이 흐른 현재, 말로는 참된 신앙을 외치면서 정작 사제 자신들은 기득권을 놓기 싫어하는 현대판 바리사이가 되어 있는 건 아닌지? 다시 말해 (성서대로 생활하려면 힘들고 피곤하니까) 전례의 형식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하느님이 계신 곳 즉 교회 안에서 자신들을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로 행세하며 지내는 건 아닌지?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만일 다시 예수님이 세상에 오셔서 하느님 나라에 대해 말해주고 기적도 일으키며 많은 신앙인들이 그를 따르게 할 경우 제일 먼저 그를 처형하라고 외칠 자들은 성직자일 수도 있다고..


이상 내가 경험한 교회 관련 몇 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았다. 혹시라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나 독이 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단지 보다 올바르고 참된 신앙을 위해 우리 자신을 한 번쯤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생각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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