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음악과 영화
팝송 'My way와 '영화 '바보들의 행진'과 '만추'
인간이 늘 가까이서 조금만 시간을 내면 감상할 수 있고 그 여운이 문득문득 떠오르기도 하며 명대사가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꿈틀대기도 하는 '영화'에 관한 추억을 스케치해 본다.
'음악'의 경우 과거에는 감상할 때 주로 가사와 멜로디를 들으며 대충 따라 부르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멜로디는 기본으로 애드리브와 드럼, 트럼펫, 색소폰 등의 소리를 함께 귀를 기울여 듣는다. 그리하면 음악 자체가 훨씬 신이 날 뿐 아니라 평면적인 감상에서 입체적인 감상으로 업그레이드된다.
유명한 팝송 'My Way'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곡인데 그 곡을 엘비스 프레슬리 버전으로 들어본 적이 있다. 누가 그 곡을 더 잘 부르는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약간 클래시컬한 목소리로 자신의 대표곡을 격조 있게 노래하는 반면 엘비스 프레슬리는 나름 부드럽고도 유연하게 부른다. 두 가수의 '마이웨이'는 모두 명품급이다.
영화의 경우도 마찬가지. 대개 소설을 원작으로 하거나 하여 시나리오가 나오고 그 시나리오의 대사를 배우들이 연기한 것을 감상하게 된다. 소설의 스토리를 영상으로 잘 전달했던 영화가 무척 많은데 그중 기억에 남는 것들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메밀꽃 필 무렵' 등이 기억난다. 영화는 소설과 달리 감독과 카메라맨 포함 구성 스태프들의 스타일 및 출연배우들 연기의 깊이 등에 따라서 무척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어떤 영화든 하나의 스토리를 영상과 연기를 통해 표현하는 것인데 스토리만 이해하려 한다면 소설로 작품을 대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듯하다.
국내 영화 중 66년 처음 제작된 이만희 감독의 '만추'는 고 문정숙, 고 신성일 주연이었고 81년 김수용 감독이 이를 리메이크하여 김혜자, 정동환이 주연, 86년 TV문학관에서 김교순, 정운용 주연, 2010년 감독 김태용, 주연 탕웨이, 현빈 주연으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나는 4편의 영화 중 맨 첫 작품을 제외하곤 모두 관람하였다. 아쉽게도 첫 작품은 국내에 있지 않고 북한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만추'란 영화는 극한의 상황에 놓이게 된 두 남녀가 짧은 시간 동안 만나며 그 속에서 사랑을 키우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못하는 슬픈 결말로 끝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우선 60년대라는 갑갑했던 시절, 그것도 여자는 불륜남편을 살인한 죄로 복역 중이었고 남자는 범죄를 저지르고 쫓기는 몸. 그러한 배경에서 두 사람은 기차의 옆자리에 앉아 여자는 계속 침울한 표정이고 남자는 약간 웃기는 말을 툭툭 던지기도 하며 시작하는데 대화 없이 표정으로 전달되는 장면들이 무겁게 펼쳐지기만 한다. 따라서 스토리만 얘기하기엔 감춰진 많은 것들이 영상을 통해 하나씩 연출된 것이다.
그 영화의 감독은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지인 하나가 출소 전 개인 사정으로 외출 나와 불쑥 자기 집을 들렀을 때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출소 전 외출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다고 한다. 스토리도 그리 흔한 건 아니지만 외롭고 의지할 곳 없는 두 남녀의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잡초 같은 사랑이 간절함과 애틋함을 더욱 자극한다.
70년대를 대표했던 영화로 손꼽히는 작품에 '바보들의 행진'이 있다. 과거 신문에서 그 영화에 대한 고 정영일 영화 평론가의 작품평을 본 적이 있었다. 정영일은 그 영화에서 나오는 방황하는 한 대학생의 대사 "나는 동해바다에 고래를 잡으러 갈 거예요. 동해에는 예쁜 고래가 살고 있어요"를 그 영화의 로맨티시즘이라 하였다. 당시 유신체제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젊은이들의 이룰 수 없는 꿈이 동해의 '고래'로 상징화되었다는 것. 당시 대학에서는 '유신철폐'와 '독재타도'가 주된 화두였다. 나는 그 영화를 꽤 여러 번 보았다. 처음이 초등학교 6학년 추석명절 때 친척집에 놀러 가서였고 그 후 대학 졸업을 앞두고 가을날 저녁때 나름 우수를 느끼며 신촌의 소극장에서 관람하였다.
초등학교 때 대학의 주당 대회, 미팅, 휴교령, 군입대 특히 젊음의 낭만과 고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을까? 대학 졸업을 앞둔 4학년 가을 당시 나름 젊음과 낭만을 느껴보고 관람할 땐 대사나 그 정서가 피부로 느껴지곤 하였다. 환갑을 앞둔 지금 나이에 그 영화를 본다면 나 자신이 거쳐왔던 20대를 함께 떠올리며 로맨티시즘, 순수함, 이상과 현실 속 고뇌 등을 새삼 떠올리며 빙긋 쓴웃움을 지을 것이다.
이상 인생에서 우리의 삶 속에서 마치 생물처럼 숨 쉬고 있는 종합예술 영화에 대한 추억을 각각 스케치해 보았다. 우리의 삶 자체가 영화라고 할 수는 없을까? 똑같은 스토리라도 감독과 카메라와 배우의 스타일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영화라고 할 때 누구나 태어나 눈을 감는 것은 정해진 스토리이지만 그 과정에서는 나만의 스타일이 마음껏 발휘되는 '나의 삶'이란 영화 속 주연이 바로 나인 것이다.
또한 내가 부르는 'My way'란 노래는
프랭크 시나트라도 앨비스 프레슬리도 감히 흉내 내지 못하는 나의 스타일로 부르는 곡이다. 비록 무대 위에서 박수와 환호를 받는 세계적인 직업 유명가수의 노래가 아닐지라도 낮에는 잔잔한 호수의 물결과 같고 밤에는 홀로 밤하늘의 샛별과 같은 음악의 주인공이 바로 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