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by 최봉기

요즈음과 같이 코로나가 퍼질 땐 어딜 다니기가 쉽지 않고 누굴 만나기도 부담된다. 따라서 혼자 조용히 집에서 책이나 tv, 아니면 음악을 가까이 대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가까운 동반자가 되어주는 음악에 관한 추억을 스케치해보겠다.


인간은 아마도 예로부터 완전한 형태는 아니었지만 음악과 유사한 뭔가를 즐기며 살았지 않나 싶다. 나무나 돌을 딱딱한 뭔가로 치거나 하며 박자도 맞추고 높낮이에 맞춰 음을 만들기도 하며 생활 속에서 원초적으로 음악과 유사한 뭔가를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거기서 진화, 발전한 것이 드럼이고 기타가 아닐까?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을 가까이하겠지만 일반인들은 그런 음악이 어떨 땐 부담도 되고 솔직히 친숙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84년도에 영화 '아마데우스'가 나오며 한참 멀기만 했던 모차르트의 음악을 좀 더 가까이서 즐길 수 있었다. 내가 어려서 접했던 동요가 '과수원길', '오빠 생각' 등, 그 후 '선구자', '보리밭' 등. 고등학교 때 '님이 오시는가?', '청산에 살어리라', '명태' 등의 가곡을 음악시간 때 배우곤 하였다. 고등학교 때 음악 선생님이 노래를 하나 가르쳐 줬는데 "♬서산에 붉은 해 걸리고 강변에 ♪ 앉아서 쉬노라면 낯익은 얼굴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온다♬ ~~ 아이야 불 밝혀라~~ 건너 공장에 나간 순이는 왜 안 돌아오는 걸까♬?" 부분적으로만 기억나는 위의 노래가 김민기 작곡 '강변에서'였다. 아마 그 샘은 대학 때 야학 경험이 있으셨던 것 같다. 고교시절엔 입시환경에서 갑갑한 마음을 해소할 수 있었던 것이 'ABBA', 'Beatles', 'Queen' 등의 음악이었는데 그때 들었던 곡들 'Honey Honey', 'Let it be', 'Don't stop me now' 등은 지금 들어도 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다.


나도 나이를 조금씩 먹다 보니 10대나 20대 때 듣던 발라드 계통의 감상적인 곡도 좋지만 과거 어린 시절 자제들이 즐겨 듣던 곡들이 새삼스럽게 와닿기도 한다.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안다성의 '사랑이 메아리칠 때', 최양숙 '호반에서 만난 사람' 등. 노래는 곡에 가사를 붙여 불리어지기 시작하지만 불리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하나의 생명력이 생기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가사 속 단어나 의미가 어떨 땐 총탄처럼 가슴을 파고들기도 하고 고요한 강물이 되어 마음속에서 잔잔히 흐르기도 하며 또한 빗물이 되어 가슴을 적시기도 한다.


고인이 된 박춘석이란 작곡가는 생애 40년간 총 2천700여 곡을 작곡했다는데 인생의 말년에 자신이 작곡한 곡이 tv를 통해 흘러나오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한다. 87년 겨울에 택시를 탄 적이 있는데 '웨딩케익'이런 애절한 곡이 흘러나왔다. 당시 나는 택시 기사에게 "'웨딩케익'이네요"라고 했더니 그 기사는 "이 노래 혹시 싫어하세요"라고 했고 나는 "좋아합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기사의 말이 얼마 전 어느 여성이 탔을 때 그 곡이 흘러나오자 그녀는 계속 흐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기사가 "어디까지 가세요?"라고 물었는데 "그냥 가 주세요"라고만 했다고... 무수한 곡들이 있지만 개인 별로 말 못 할 사연이 있기도 한 모양이다. 또한 똑같은 노랫말도 계속 반복해서 입으로 흥얼대면 그 가사의 내용이 하나의 사실로 둔갑해 버리는 경우가 있는지도 모른다. 70년대에 '나비소녀'란 노래를 불렀던 56년생 가수 김세화는 아직 소녀로 살고 있다. 우연의 일치 인지도 모르지만 묘한 일이다.


나의 경우에도 20대 때 한 이성을 뜨겁게 사랑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사랑은 명백히 비현실적인 사랑이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이상향의 이미지를 맘속에 올려놓고는 틈나는 대로 닦고 광을 내는 도공의 작업과도 같은 사랑이었던 것 같다. 그 시절 늘 부르곤 했던 노래가 길옥윤 작곡 패티김 노래 '이별'. 사랑의 감정에 이별의 애틋함을 동시에 공유했던 20대 때의 얄궂은 경험. 결국 묘하게도 노래 가사가 현실로 구현. 그것도 우연의 일치였을까?


노래에는 생명력이 있지만 동시에 수명도 있다고 한다. 70년대를 통해 청년문화를 주도했던 가수 양희은은 방송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하늘의 별들도 수명이 있다고 하지만 노래도 그러하다고.

70년대 때 대학생들에게 애창되었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곡도 처음엔 대학가에서 떠돌던 곡이었다고 하는데 이리 오래도록 불리어질지는 몰랐다는 얘기. 그러면서 한때 별 이유 없이 금지곡이라고 불리던 곡들이 무수히 많았다. '거짓말이야 (김추자)', '행복의 나라로(한대수)', '미인(신중현)'등. 이들 곡들에 금지곡이란 레이블을 달지 않았다면 오히려 잠시 불리다 사라졌을 것이란 말도 하였다.


음악은 인간의 삶을 어느 정도 지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회나 성당뿐 아니라 법당에도, 영화관에도, 영화 속에도 결혼식장에도, 백화점, 커피숍, 호프집 등과 군대에까지도 음악이 함께 한다. 음악이 없는 곳은 도살장, 투견장, 법정이나 전쟁터와 같은 살벌한 곳이다. 1988년 10월 지강헌 포함 탈주범 일당이 가정집에 들어가 인질극을 벌이면서도 Bee Gees의 'Holiday'를 듣게 해달라고 경찰에게 요구한 적이 있다.


인간의 마음속에 잠재하는 조금씩 다른 음악의 씨앗은 여러 종류의 음악 과실을 주렁주렁 열리게 하고 있다. 격조 있는 클래식과 경쾌한 Rock 음악, 그리고 은은한 클래식 기타 음악 등. 이러한 음악들을 삶 속에서 기후나 계절 및 분위기에 맞게 요리하여 나도 먹고 우리 애들과 애 엄마까지 먹인다면 정서적으로 보다 건강한 가정이 되리라 확신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