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첫사랑에 관한 경험을 스케치해 볼까 한다. 여성이 느끼는 첫사랑과 남성의 그것은 좀 차이가 있을진 모르지만 여성의 첫사랑은 잘 알지 못하여 남성에 초점을 맞추니 여성분들은 양해해 주기 바란다.
인간은 태어나 갓난아이 시절 어머니의 품속에서 의식주를 전적으로 해결한다. 배가 고프면 울음소리를 내어 이내 양식을 공급받는다. 그리곤 포만감이 오고 엄마 품에 안겨 달콤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게 된다. 그러다 바지 속이 축축하거나 끈끈해지면 또 한 번 신호를 보내면서 기저귀도 갈고 새로운 안정을 취한다. 이러한 반복된 행위를 통해 자녀, 특히 남자는 모친에 대한 모성애를 속 깊이 경험한다. 그러다 어느새 성장하여 스스로 먹고 입고 자게 되지만 뭔가 채워지지 않은 구석이 있음을 느낀다. 그것은 얼마 전까지 근접 보호를 받던 모친의 손길에 대한 그리움 아닐까?
모친은 동성이 아닌 이성이었고 새로운 차원의 이성을 무의식 중에 찾게 되는 것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러다 신체, 목소리에 변화가 오는 사춘기를 거치며 이성을 그리워하기 시작하고 성인이 되면 본격적으로 이성을 만나 곧 결혼이란 배에 승선하게 된다. 그 배는 더 이상 과거에 살 던 곳을 향해 뱃머리를 돌리지 않는다.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맨 처음으로 경험하는 '첫사랑'은 그 동기 자체가 순수하며 처음 경험하는 사랑의 감정이라 달콤함과 짜릿함도 주지만 성공하기가 꽤 어려워 꽤 큰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며 어찌 보면 아픔이란 말로 대변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여운도 쉽게 지워지지 않으며 가끔씩 떠오를 땐 묘한 감정을 유발하가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첫사랑은 대개 절제하기 어려울 정도의 메가톤급 열정을 동반하지만 정작 상대는 그 절반 정도의 열정도 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또 어떤 경우는 첫사랑의 상대에겐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간혹 상대방을 두고 또 다른 경쟁자가 있는 애매한 삼각관계가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은 그야말로 난생처음 하는 사랑이지만 상대는 이미 한번 혹은 몇 번씩 그러한 경험을 해본 경우조차 있다. 따라서 어쩌면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끝날 수도 있는 허무하고 무의미한 경험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온전한 사랑에 골인하기 위한 예비과정 내지 수련과 정이라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첫사랑의 대상이었던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는데 상대방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흔쾌히 그 사랑의 마음을 받아줄 경우 두 가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첫 번째는 둘이 천생연분으로 끝까지 가는 경우. 두 번째는 구애를 한쪽에서 이내 변심이 생기는 경우이다. 사랑에도 약간은 고통의 과정이 필요한데 너무 쉽게 일이 진행될 경우 뜨거운 사랑의 감정이 식어버릴 수도 있다.
이상과 같이 첫사랑의 의외성에 관해 살펴보았다. 남자의 경우 스물이 넘어 대학생이 되고 첫사랑을 만나게 될 경우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난관이 병역문제이다. 그로 인해 많은 남성들은 군입대 때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곤 입대를 하게 되는데 이 경우도 여러 가지의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 첫째 전역 때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다려주고 전역 후 남자가 복학하여 취업할 때까지 교제를 하다 결혼하는 경우. 둘째, 입대 후 여자가 소위 말해 고무신을 바꿔 신는 경우. 셋째, 여자가 전역 때까지 눈 빠지게 기다렸는데 남자가 전역 후 마음이 바뀌어 다른 여자를 만나 갈아타는 경우이다.
사랑은 원래 순수한 것이지만 10대도 아닌 20대나 30대가 되면 순수함만으로 살기는 어렵다. 따라서 여자도 남자의 성품이나 순수함과 함께 능력이나 현실적인 안정성 및 집안의 재력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경우가 꽤 많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대 인간의 만남은 순수함을 생명으로 한다. 그 순수함을 상실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나는 나름 체험할 기회가 있었다.
내가 알던 한 여자는 그 당시 안정적인 생활의 보장에 가장 큰 가중치를 두었던 사람이었다. 나는 당시 이십 대 중반의 나이에 세상 물정에 어둡고 단지 순수한 사랑의 동기만 고집하였다. 거두절미하고 내가 순수한 마음을 담은 구애 편지를 보낸 후 전화로 확인하려 할 때 편지에 적어놓은 나의 현실적 사정이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는지 그 여자는 갑자기 편지 받은 적 없다고 말을 하고, 전화번호까지 바꿔버리고는 사라졌다.
그 여자의 근황을 한참 시간이 지나 우연히 알게 되었다. 헤어질 당시 나는 현실적으로는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었는데 그 후 하던 대학원 공부를 마무리하고 늦게 입대하여 학업과 군 복무 합쳐 약 4년간 제법 고생을 하였고 그 후 취업하고 결혼을 하여 안정적인 생활을 좀 늦게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그 여자는 나를 떠나 무지개 나라를 찾아 나섰던 것 같은데 그때 우연히 의과대 졸업생을 소개받아 "웬 떡인고" 하고 결혼을 한 모양이다. 근데 이게 웬 말. 임신만 하면 계속 자연 유산. 그리곤 몇 년이 흘러 내가 안정을 찾기 시작할 때까지도 계속 어둠 속에서 자갈 길을 고독하게 지나갔던 것이다. 그리곤 비로소 그 여자도 꿈에 그리던 임신을 하게 된 때가 왔다. 그땐 내가 몇 년 고생 후 취업을 하고 결혼하게 된 바로 그때였다. 다시 말해 내가 고생했던 4년의 기간 동안 그 여자는 계속 유산하며 무지개길 아닌 비포장도로를 지나가며 나랑 똑같이 생고생을 했고 그 후 임신을 했다는 때가 바로 내가 취업 후 결혼할 때였다는 사실. 마치 시간 시간을 매칭 시켜 누가 쓴 소설과도 같다는 생각에 나는 경기가 오기도 했다.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는 것이고 끝이 석연치 않은 일은 그 뒤의 과정도 결코 좋기 어렵다는 사실. 그땐 하느님께서 남을 속이면 벌도 주신다는 생각이 언뜻 들기도 했다.
시간이 한참 지나 내가 그 여자 전화번호를 알게 되어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이미 지나가버린 일이긴 하지만 과거 일일랑 훌훌 털고 싶었다. 내가 "얼굴 한번 보자~"라고 하니 안절부절못하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는 벌벌 떨었던 게 그 여자에 대한 마지막 기억.
첫사랑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체험이다. 하지만 결국 끝이 좋지 못했던 건 유감스러웠던 일. 하지만 그 후 훌훌 털고 온전한 사랑을 통해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생활하게 된 건 감사할 일이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는 건 어찌 보면 현실적인 일이다. 하지만 결혼 후 순수한 사랑의 마음이 사라질 경우 가정엔 분명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나는 첫사랑이란 말이 나오면 왠지 기분이 씁쓸해지곤 한다. 나에겐 첫사랑이란 과정도 어찌 보면 하나의 광야에서의 고행이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리 울었나 보다. ~~
노오란 네 꽃잎이 피기 위해 어제는 무서리도 저리 내리고 내겐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