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끼리 하나 되기

by 최봉기

오랜 교분 없이 초면인 사람들과 서먹한 관계일 경우 기본적으로 대화의 시간을 갖고 '아이스 브레이킹' 이란 걸 한다. 식사 혹은 회식이 그것이다. 직장에서 부서에 새로운 사람이 발령받아 올 경우 늘 하는 일이다. 그밖에 서로 벽을 허무는 방법으로 함께 영화 관람이나 산행을 하거나 당구, 골프, 바둑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남남이 만나서 서로 친해지려면 이렇듯 시간과 돈이 든다. 이렇게 해서 서로 친해지려는 건 이유가 있다. 회사에서는 서로 마음이 열려야 일도 잘 되며 생산성도 올라간다. 회사가 아닌 경우라도 서로 냉랭할 경우 하루 함께 보내는 것 자체가 고통일 수 있다.


남녀가 만나 교제를 할 경우 연애를 잘하는 남자를 보면 미남이라 가만있기만 해도 여자가 접근해서 지갑까지 여는 경우도 있지만 추남 중에서 미남 이상의 재능을 보이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친화력 및 화술로 여자를 편하게 하는 능력이 탁월하므로 미녀들이 자신을 찾게 하는 것이다.


과거 프로야구팀에 감독과 선수들 간 불화로 팀 분위기가 바닥이 되는 경우가 있고 당연히 팀 성적도 곤두박질치게 된 적이 있다. 1982년 해태 타이거스의 감독으로 부임한 고인이 된 김동엽은 팀 성적이 안 좋자 술을 먹고 운동장에 들어와 본보기로 당시 주장이던 홈런타자 김봉연을 야구베트로 엉덩이를 쳤는데 그 일로 선수들의 반발이 커져 감독을 보이콧 하면서 김동엽은 물러나고 새로운 감독으로 김응용이 부임했다.

김응용은 남성적이고 특유의 카라스마가 있지만 그전의 스파르타식 훈련을 지양하고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하며 자율적으로 팀을 운영하였다. 특히 그 후 홈런타자로 팀의 대들보 역할을 했던 한대화는 당시 간염을 앓았다는데 무리하게 훈련을 시키지 않았다. 만일 한대화가 본래 팀인 OB에 있었다면 당시 감독 김성근의 스타일로 볼 때 무리한 훈련으로 선수생활을 접었을 가능성이 높았을 거라고 한다. 그 후 해태는 1983년 그리고 86년부터 4년 연속 우승을 하였다. 밖에서 보기엔 감독과 선수들이 잘 맞지 않을 것 같았지만 환상적인 조화 속에서 무서운 시너지 효과가 나왔다.


국가 간에도 사소한 계기를 통해 서먹한 관계가 해소되는 경우가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전쟁 이후 줄곧 원수였지만 1971년 3월 나고야에서 거행된 세계 탁구 선수 대회에 중국이 출전하며 그해 4월 중국이 미국 선수 15명을 베이징으로 정식 초청하게 되었다. 이 친선경기가 갖는 파장이 엄청나 냉전의 상징인 두 나라가 우호적인 접근을 하게 되었다. 세 달 뒤 카신저 특별보좌관이 주은래 수상을 만나 비밀회담을 가졌고 드디어 닉슨이 다음 해 1972년 2월 베이징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렇듯 인간끼리 혹은 국가 간 관계도 서먹하거나 적대적이던 것이 사소한 계기나 노력을 통해 놀라운 변화와 함께 적대적인 관계가 일순간 사라지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내가 약 육십 년을 살면서 감정적으로 골이 깊어 이름만 들어도 혈압이 올라가는 존재들이 더러 있다. 이런 존재들과의 관계도 오랫동안 축적된 불신과 편견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어찌하면 가까워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슬며시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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