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과 그 외 소중한 것들

by 최봉기

현대사회는 산업이 갈수록 세분화, 전문화되고 있으며 과학, 기술의 변화 속도도 무척 빨라 기존의 기술이나 지식도 어느 순간 먼지 속의 고서가 되는 일이 있다. 이런 세상이다 보니 누구나 자신이 소속된 분야에서 전문적인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현실 속의 삶 자체가 매우 힘들어진다. 특히 결혼할 때 여자들은 남자의 능력을 중시한다. 지금은 여자도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남자의 의존도가 과거보다는 적어졌지만 남자가 무능할 경우 가정의 안정감이 떨어지기에 그러할 것이다. 아무튼 무능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자기 계발을 통해 한, 두 가지 자격증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럼 능력만 뛰어나면 되는 것인가? 먹고사는 문제만 고려한다면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이외에도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다. 사회에는 능력이 뛰어나고 리더십, 인간성 등 모든 면에서 훌륭한 사람들이 있다. 조직, 가정, 사회의 모범생들이다. TV 인기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보면 그런 유형의 사람을 '퍼사'라 불렀다. 퍼펙트 사위의 줄임말이다. 그런 말을 듣는 사람은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능력은 있지만 독선적이고 인정이나 배려심이 없는 냉혈인간들도 있고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는 경우도 있다. 곧 출범할 새 정부에서 장관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자녀의 병역이나 입학 관련 비리, 자신의 과거 수입, 재산형성 관련 비리 등 공직자로서 떳떳하지 못했던 일들이 회자되곤 한다.


한참 과거에는 밖에서는 멀쩡하던 사람이 퇴근하면 집에서 배우자를 상습적으로 구타하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이야 그럴 경우 경찰이 출동도 하지만 과거에는 남자가 돈을 잘 벌어 매달 생활비를 갖다 줄 경우 설령 밖에서 상습적으로 외도를 하건 집에서 구타를 하건 참고 지내는 여자가 많았다고 한다. 참지 못하고 이혼을 할 경우 여자 스스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니 차라리 체념하고 지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술 더 떠서 본가 외에 작은 집을 그것도 몇 개씩 두며 각 집에 배가 다른 자녀까지 거느리는 가장도 있었다. 이런 일탈은 돈벌이 능력이 뛰어나기에 생긴 부작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집을 거느리기도 어려운데 몇 집 살림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 보통사람들은 아니다.


자신의 능력만 믿고 오만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구설수에 오르는데 자신들은 그 사실을 모르는지 아니면 알고도 그러는지 반성도 없이 당당하게 산다. 학창 시절 때에는 공부 하나 잘하면 설령 행실에 문제가 있어도 면책특권을 부여받았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으로 인간성은 능력보다 늘 뒷줄 신세였다. 어찌 보면 인간성이 좋고 무능한 것보다는 인간성은 문제가 있어도 능력이 있으면 된다는 그릇된 풍조도 있었던 걸로 보인다. 교육제도나 출세 기준을 봐도 시험을 봐서 1등을 하면 그걸로 인격이나 사회성은 대충 덮여버렸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대학 진학 시 성적과 함께 리더십, 인간성 등을 함께 고려한다.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 클럽 회장이나 운동부 주장 등을 한 경우 가점을 준다. 혼자 어울리지 않고 공부만 해서 1등을 하여 법관, 장관 혹은 대통령이 될 경우 과연 골치 아픈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개인의 능력은 결국 가정과 사회를 위해 제대로 발휘될 때 공인된 능력이지 자기만 편하게 살기 위한 무기여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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