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비행 이야기

by 최봉기

인생에서 10대 때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때이고 삶 자체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여 즉흥적이고 사리분별력이 떨어지는 사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과일로 본다면 '풋사과' 정도에 비교할 수 있고 생선으로 본다면 '치어' 정도에 비유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10대 때 지금 생각하여도 불쾌하기만 한 더러운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건 나보다 한 학년 위였던 한 인간으로부터 시달림을 받았던 일이다. 여성들이 동네의 오빠뻘되는 남자로부터 당하기도 하는 성폭행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머릿속에 잔상이 뿌옇게 남아있는 것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 과외수업을 받는 곳에 1년 위 선배라는 양아치 하나는 나를 비롯한 또래 친구들에게 접근하여 담배값을 달라고 요구하였는데 돈이 없다고 하면 뒤져서 혹 나오면 10원에 한 대씩 때리겠다는 것이다. 하도 그런 일 당하기가 싫어서 한 번은 슬슬 멀리서 피해 다른 곳으로 가면 자기를 무시한다고 하면서 또 트집을 잡고 욕설을 퍼부으며 위협하곤 하였다.


20년 전 나온 '친구' 란 영화에서는 고등학생들 청소년 비행을 다루며 이들이 조폭이 되어 결국 한 친구가 칼을 수십 방 맞고 쓰러지며 그 영화의 주연 장동건이 "내 마이 무웄다 아이가~?"라고 내뱉던 대사가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그 영화를 봤던 10대 한 명은 그 영화를 반복해서 여러 번 보고는 수업 중이던 자신을 계속 괴롭혔던 일진 한 명이 있는 교실에 칼을 들고 들어가 등에 칼을 꼽으며 살해한 일도 발생했다. 끔찍했던 비상식적인 사건이었지만 나는 사실 피해자이면서 결국 가해자가 되었던 그 10대의 심정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누가 그랬던가? "죄는 미워하되 인간을 미워하지 말라 "고 참 좋고 교훈적인 말이지만 보통사람이 실천하긴 무척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지금 나를 괴롭혔던 그 인간은 어디서 뭘 하며 사는지 모르지만 그도 과거 자신의 비행을 반성은 하지 않겠는가 싶어 진다. 친구 하나가 20대 후반엔가 우연히 결혼식장에서 그 인간을 본 적이 있었다는데 그는 다소 선해진 듯한 얼굴로 애를 안고 내 친구에게 존댓말을 쓰더라는 것이다. 이를 보고 하는 말이 '개과천선'이 아닐는지?


내가 초등학교 때는 모르지만 중학교 때에는 학교마다 비공식적으로 '통'이란 인물이 존재했고 그 양 옆엔 '좌상'과 '우상'이란 인물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공식적인 전교 회장과 달리 밤의 그리고 주먹의 '우두머리'들이었고 주변 학교의 그러한 인물들과 교류를 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중학교 때 1 학군에서 그 교류장소가 부산 대청동에 위치했던 '중앙 탁구장(중탁)'이었는데 영화 '친구'에서는

거기서 롤러스케이트 타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1 학군에서 알아주던 한 친구의 별명이 '깽께이'.


청소년들 비행과 관련해서 지금은 사라진듯한 직업이 '소매치기'. 이들은 주로 조직으로 움직였고 보스나 중간보스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자기네들 구역(나와바리)를 굳게 지키며 혹 침입자가 있으면 상부에 보고하며 즉각 대응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요즈음엔 '소매치기'란 용어를 접하기도 어렵고 그러한 범죄 집단은 사라진 것 같기도 하다. 못 살고 못 먹던 시절 사회 곳곳에 곰팡이처럼 기생하던 이러한 존재를 떠올리면 서글프기도 하고 한편으론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조폭들은 의리를 생명으로 한다고 하며 이를 미화시키기도 한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들의 의리는 의리가 아닐 수도 있다. 나쁜 짓을 한 자들이 지네들 살기 위해 나온 말이 이들이 말하는 의리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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