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삶과 승패의 의미

by 최봉기

삶이 무한정 남아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하지만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생명의 유한함이 막상 종말로 닥칠 때엔 누구나 처음 보이는 반응이 "그럴 리가 없다"라고 한다. 그 말은 어차피 가는 것이지만 좀 더 살고 싶다는 의미이다. 세상에는 몇 가지의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첫째 노총각, 노처녀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 거야", 둘째,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 셋째, 노인이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말이다.


우리는 살면 살수록 지겨워 이젠 여기를 정리하고 다음 여행지를 향해 떠나고 싶지만 그건 무척 어렵다. 오랫동안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가족과 친지들이 있고 고뇌 가득한 삶이지만 삶 자체가 주는 묘한 재미란 게 있다. 삶은 도전과 좌절, 성공과 실패, 환희와 비애, 목마름과 해갈 등 상반적인 것들이 늘 함께 하기에 끝없는 파도타기 과정이며 이로 인해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살면서 성공을 했다는 사람과 실패했다는 사람도 한 발치 떨어져 본다면 성공과 실패의 차이가 삶 속에 묻혀버려 그게 그것 아닌가 싶은데 그것이 삶 자체이다. 잘된 사람, 못된 사람 공히 시합을 하는 선수들처럼 찬스를 포함 오르막과 내리막 과정을 겪는 당사자들이다. 스포츠처럼 중요한 기회를 살리냐 여부에 따라 삶 자체의 명암이 갈리고 업과 다운에 맞춰 적절한 대응을 하는지도 삶이란 경기의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 계속 지고 있다 막판 짜릿한 역전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 아무튼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경기는 종료된다. 또한 영원한 승자와 영원한 패자는 없다. 승자라고 해도 다 살고 나서 그 승리의 영광을 가지고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승자든 패자든 동반자이고 어려운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었다면 함께 승리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패자가 있으니 승자가 있고 승자가 있기에 패자도 있기 때문이다.


사는 과정에서 어떤 이유로든 중도에 삶을 포기한 경우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크게 본다면 한 사회의 문제라 볼 수 있다. 삶이란 절대 혼자서 살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힘든 처지의 동료와 이웃들에게 던지는 말 한마디도 그들에겐 위안과 힘이 된다. 현재 아무 걱정 없이 사는 사람도 어느 순간 자신이 그러한 처지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삶이란 그다지 길지도 않고 인간들이 어울려 살다 보니 온갖 종류의 경쟁도 펼쳐진다. 그 피할 수 없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겠지만 그 경쟁은 사회가 잘 돌아가게 만드는 수단이지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폭발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인생에서 승자와 패자가 함께 웃으며 건배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선과 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