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섹스

by 최봉기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등에서 남녀 간 차이가 없어지는 현상인 '유니섹스'는 원래 1956년 미국 성과학자 스로 킹의 저서 '미국의 성혁명'에서 언급된 이후 사회 문화 현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것이 패션계까지 파급되어 다양한 캐주얼 아이템과 브랜드에 활용되었다.


남과 여라는 성의 구별은 옷, 직업, 스포츠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서로 다른 영역을 구축해 왔다. '여성적'이란 말은 섬세하고 부드럽고, 소극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 '남성적'이란 말은 호탕하고 적극적이고 용맹한 느낌을 준다. 여성은 대개 드레스, 남성은 바지를 입는다. 하지만 이젠 바지는 남녀 공용이 되었고 남자가 현재 드레스를 입진 않지만 '쿼바디스'나 '벤허' 같은 영화를 보면 과거 로마시대 때에는 남자도 치마처럼 된 옷을 입었던 것 같다.


직업을 놓고 보면 전통적인 여성 직업이 패션 디자이너, 스튜어디스, 요리사와 간호사 등이고 남성의 직업은 파일럿, 마도로스, 목수, 막일 등이다. 요즘엔 대학 진학 시 남성들이 주로 지원했던 상경계열에 여성의 수가 많아졌고 법률 전문직인 판검사나 변호사 중에도 여성의 수가 갈수록 증가한다. 여성 고유 분야인 패션에 이미 고인이 된 '앙드레 김'이란 남자가 여자 목소리로 "올 유행할 빠셩은 엘레~건트하고 젠~틀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과 같은 말투로 TV에서 말할 때 일부 남자들은 "절마 몸에는 남자 물건이 달렸는지 의심스럽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더니 남자 망신을 혼자 다 시키네"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1970년도 후반 S대 간호학과에 남자가 건국이래 처음으로 지원한 적이 있었는데 "남자가 간호사도 하나?"하고 많은 사람이 얄궂은 반응을 보이며 세간의 이목이 모였다. 당시만 해도 여성의 사회진출이 적고 남자가 전적으로 가정을 책임지는 시기였기에 남자는 여성보다 나름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당시에는 남자가 요리를 하거나 다림질하는 것조차 체면 깎이는 걸로 보는 시각도 사실 있었다.


군인은 직선적이고 용맹한 느낌과 함께 남성의 상징적인 직업이었지만 여군이 창설되며 간호에서 이젠 전투 분야로까지 영역이 확대되었다. 스포츠에서도 태권도, 유도는 말할 것도 없고 남성 스포츠의 대명사이던 복싱이 남녀공용 스포츠로 바뀌었다. 여성 복서들은 한마디로 남자 몇 명 정도는 주먹으로 KO 시킬 정도의 힘과 용맹함을 보인다. 세상이 변하다 보니 술집에서 남성을 접대하는 여종업원 대신 여성을 상대하는 남 종업원까지 등장했다. 이런 술집을 '호스트바'라 부른다. 여성 사업가나 여성 부유층이 늘면서 여성전용 술집도 생기는 판이다. 호탕함은 더 이상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여성이 경영하는 회사는 남성이 대표인 회사에 비해 안정성이 높고 도산율이 낮다는 통계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변화는 여권의 신장과 함께 실용주의 중심의 사회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 '신사임당'과 같은 지덕을 갖춘 전통적으로 이상적인 여성을 지칭하는 '현모양처'란 말도 여성의 활동 범위를 가정으로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과거 전통적인 남성의 체면이나 권위보다 능력이 우선시 됨에 따라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여자는 밖에 나가 일하는 반면 암만 권위의식이 강한 남자라도 능력이 없을 경우 집에서 얼라나 보는 세상이 되었다. 지금까지 여성이 사회생활을 오래 하지 못하고 가정으로 유턴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이 '출산'과 '양육'이었는데 이러한 구조적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보완대책도 계속 나오는 것이다


지금까지 변화되어 온 남녀의 패션이나 직업과 같은 분야별 특징들은 분석하기가 어렵지 않지만 향후 남녀의 성과 관련한 변화의 예측은 쉽지 않다. 갈수록 사회적 여건 변화는 여성의 사회참여를 부추기고 남녀 차별은 적어지고 있다. 또한 여성은 상대적으로 약간 남성화, 남성은 약간 여성화되는 경향도 있다. 요즈음 같이 핵가족화된 가정에서는 전통적 가정에서 강조하던 '사내대장부'를 계집애처럼 키워서인지 어린 애들 중 '사나이'라 통칭되는 상남자의 포스를 가진 경우를 보기가 어려운 반면 여자애들은 갈수록 '왈패화' 되기도 한다.


나는 남자라 남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여성들에게 빼앗기고 있는 남자 본연의 자리를 되찾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권위와 억지만으로 그리 되는 건 아니기에 최소한 사내 애들이 잃어가는 남성적인 기질은 회복시켜 놓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와 더불어 여성들도 동등한 조건에서 남성들과 경쟁하고 사회활동을 하면서 가정에서는 모성애와 여성 본연의 부드러움을 발휘하여 자녀 양육과 내조에 부족함이 없길 바랄 따름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스승의 날 기억나는 은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