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의 유형과 활용

by 최봉기

세뇌란 말은 영어로 'brainwashing'이다. 뇌를 씻는다는 뜻인데 사전의 뜻풀이에 의하면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던 의식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게 하거나 특정한 사상, 주의를 따르도록 뇌리에 주입하는 일"이라고 되어 있다.


내가 세뇌란 말을 처음으로 접했던 때가 중학생 시절이었다. 당시 반공이란 과목 시간에 북한은 김일성을 '신격화'하고 '세뇌교육'을 한다고 했다. 그 후 긴장이 완화되며 남한에 사는 실향민들이 북한에 거주하는 가족을 만날 때 북한에 사는 가족들은 모두 북한을 '지상의 낙원'이라 하고 "김일성 수령님 덕에 호의호식하며 산다"는 말을 하는 거였다. 당시 우리는 북한의 생활수준이 별로 높지 않다고 배웠고 북한 주민의 모습도 꽝마른 여유롭지 못한 얼굴이어서 북한 동포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북한에 살아보지 않아 모르지만 북한 주민들은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당의 지령을 저항 없이 순순히 따르는 걸로 이해가 된다.


북한뿐 아니라 독재정권이 오랫동안 통치해왔던 남한도 세뇌교육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남한이 과거엔 북한을 '괴뢰 도당'이라고도 했고 북한 통치자 김일성을 '괴수'라 부르며 공산당을 상징하는 붉은 색깔로 뿔 달린 괴물처럼 그리기도 했다. 대학생이 되어 타임지에 나온 김일성의 사진을 보니 건장한 신체의 호남형 얼굴을 한 멀쩡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남과 북이 국민들을 대상으로 세뇌를 했던 근본적인 이유라면 권력을 잡은 자들이 권력을 영구적으로 유지하기 위함이었다고 생각된다. 남과 북은 하나의 나라가 둘로 분단되었고 전쟁도 치렀지만 각 통치자들은 민족의 통일과 화합보다는 자신들의 권력유지에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이고 오히려 통일이란 이슈를 자신들의 권력의 고착화 및 연장에 이용한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시각으로 보면 나처럼 세뇌로 교육된 세대는 정치적 희생이란 말 이외에는 따로 할 말이 없다.


이러한 세뇌의 흔적은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나치당에서 대중을 이용하고 선동하는 전략을 총지휘했던 인물이 그 유명한 선전부장 '파울 요제프 궤벨스'이다. 그의 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선전활동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우리의 사상을 자연스럽게 침투시켜야 한다. 2. 99가지의 거짓과 1개의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가지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3.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다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믿게 된다. 4. 언론은 정부의 손안에 있는 피아노가 되어야 한다. 5. 나에게 한 문장을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6. 우리는 국민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다. 위의 6가지 궤변은 대중들은 장난감에 불과하여 위정자들은 자신들 의도대로 가지고 놀면 된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경우 외에 유사한 형태의 세뇌가 혹 종교에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교회에서는 입교자들에게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에덴동산에 살게 해 주셨는데 인간이 사탄의 꼬임에 빠져 죄를 짓는 바람에 쫓겨나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 그 후 예수님이 세상에 오셔서 죄도 없이 십자가에 못 박혀 대신 죽으심으로써 끊어진 하느님과의 관계가 이어졌고 세상의 종말 때 다시 예수님이 오셔서 심판을 한다."라고 가르친다.


또한 "이 세상은 하느님 나라에 가기 전에 잠시 머무는 곳이라 현세에서 가지는 명예와 돈과 재물은 무의미하므로 하늘나라에 가기 위해 주일날 빠지지 않고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헌금을 하면 하느님이 세상에서도 잘 살게 해 주시고 죽은 후 영원한 생명도 주신다"라고 한다.


지옥이 아닌 하느님 나라에 가려면 착하게 살고 기도도 열심히 하고 헌금도 많이 해야 하는데 착한 사람은 사실 돈을 많이 벌기가 어렵다. 또한 기도만 열심히 하고 돈이 없어 헌금을 적게 하는 사람은 마치 하느님도 은혜를 조금만 주시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무튼 사람들에게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불안감을 최대한 증폭시켜 교회에 헌금하게 하려는 전략을 세뇌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성직자는 그걸 궤변이라고 할 것이다.


이상으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세뇌 관련 유형을 살펴보았다. 위에서 언급된 세뇌의 빛깔은 약간 어둡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밝은 빛의 세뇌도 있으리라 본다. 가령 학교에서 "열심히 해라. 노력하면 안 될 일 없어" 혹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로 부추겨서 말대로 되었다면 누구도 이를 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대학원에서 만난 적 있던 한 사람은 노트에 "나는 하느님의 보호를 받고 있다. 내가 최선을 다하면 하느님이 항상 나의 곁에서 좋은 결과를 갖게 해 주신다.."라는 글귀를 적어놓고 공부를 했는데 늘 최고의 성적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세상에 결과가 보장되는 일은 없고 또한 노력한다고 모든 일이 다 잘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거짓말도 되풀이하면 결국 믿게 된다는 궤벨스의 말을 좋은 일에 한번 적용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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