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by 최봉기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원해서 세상에 나온 건 아닐지 모르지만 사는 목적을 물을 경우 각기 다른 대답이 나올 것 같다. 어떤 이는 '사업가'나 '스포츠 스타'가 되어 멋진 삶을 사는 것이 사는 목적이라 할 것이고, 어떤 이는 인간답게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이 사는 목적이라고도 할 것이다. 두 가지 대답 모두 나름의 의미는 있다. 하지만 멋진 혹은 소박한 삶 이전에 우선되어야 하는 게 바로 의식주로부터의 해방이다. 이를 '생존'이라 부른다.


생존의 위험이 가장 심각해지는 때가 바로 전시이다. 총탄, 포탄이 날아다니고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판에 사업가나 스포츠 스타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최소한 먹고사는 문제에서 해방될 때 철학이란 것도 나온다고 하며 예술이나 문학도 나온다고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생존의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다 나올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잠재된 욕망들이 하나씩 둘씩 분출한다. 욕망이라면 돈을 벌어 부자가 되어 그동안 못해본 것들을 실컷 해보는 것부터 시작해 억압과 통제를 벗어나 자유를 누리며 개성을 마음껏 펼쳐보는 것 등 다양하다.


1945년 일제 강점기가 끝났지만 1950년 발발한 전쟁통에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거지 신세로 전락하였다. 전쟁이 끝나자 도시는 폐허가 되고 일반인들의 생활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지만 공장이 지어지고 일할 직장도 생기며 생활수준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이제는 사업을 하여 돈을 번 부자가 나오기도 하여 다들 못살던 때와 달리 빈부격차가 생기고 억압된 자유를 찾으려는 욕구가 분출하며 옷차림과 생활스타일뿐 아니라 사고방식 등에서도 획일적이던 모습을 탈피하여 차별화되고 세련된 개성이 선을 보이기도 했다.


생존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한때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돈벌이와 횡포에 가까운 부의 과시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가진 자들의 경제 및 사회 기여가 늘며 반감을 넘어 화합과 공감의 분위기가 새롭게 조성되었다. 또한 무분별한 자유는 방종이란 인식이 생겼고 도가 지나친 개성의 표출 또한 부조화와 문란함으로 받아들여지며 반감을 줌에 따라 이 또한 교양과 품격으로 바뀌었다.


지금 세대들에게 과거 터널 속에 갇힌 굶주리던 얘기를 꺼낸다면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역사란 지도를 보고 항해를 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과거 세대들이 해왔던 일들을 잘한 것 또한 못한 것으로 구분해 하나씩 살펴본다면 현재 삶의 실체를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한반도는 강대국들 사이에 위치하며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도 서로 힘을 모으기보다 이권다툼이나 하며 분열되는 통에 강자의 간섭과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생존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서 도약하였으니 다시금 컴컴한 터널에 갇히는 누를 범하진 않아야 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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