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세우기'란 말이 있다. 이 말보다 더욱 친숙한 말이 일본말 '(이찌) 나라비'이다. 학창 시절 때엔 시험만 보면 성적으로 줄을 세우며 직장에서도 영업실적 기준으로 매달 줄을 세운다.
내가 졸업한 중학교에서 3학년 때 한 친구는 첫 달을 빼고 그다음 달부터 계속 전교에서 1등을 했다. 10여 년 전 서울 시내에서 치과 원장을 하는 그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 말이 당시 첫 달에 전교 5등을 했는데 지독하기로 소문난 담임이 자기를 불러 '엎드려뻗쳐'를 시키고는 몽둥이로 엉덩이를 때렸다는 것이다. 그 담임은 "네 집에 누가 있니? 시험을 봤으면 전교에서 1등을 해야지 5등이 뭐야?"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담임은 한 번씩 그 친구 집을 들러 교사를 하던 그 친구 부친에게 "선배님 술을 가져왔는데 안주를 주십시오."라고 하고는 앉아 술을 드시며 "이 녀석 정말 탐나네" 라고 했다고 한다. 그 담임은 동갑내기인 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 친구를 사위 삼을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그는 담임의 사위가 되지는 않았지만 첫 시험 후 맞지 않았다면 계속 전교 5등 근처를 머물렀을 것이라 한다. 이 친구는 전교 1등을 하기 위해 과목별로 시험 보기 전 10번을 반복 학습하여 책 구석의 토씨 하나도 빼먹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친한 친구 하나는 중학교 때 늘 전교에서 2등을 했는데 1등이 매월 바뀌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이 실질적인 전교 1등이었다는 말이다. 매달 계속 석차가 꾸준한 경우가 있는데 상위권에서 그런 건 자랑이지만 하위권에서 꾸준한 건 별 자랑이 아니었다. 반면 기분파들은 '바이킹'을 타기도 한다. 이들은 두뇌는 있지만 놀기를 좋아하는 경우인데 학자 스타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상위권인 경우보다 사회생활의 성적은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학교와 직장 다닐 때까지는 '나라비'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졸업과 퇴직을 하면서 나라비로부터 해방된다. 줄을 세우는 제일 큰 이유는 경쟁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다. 경쟁을 해야 사람이 자극을 받아 더욱 열심히 노력을 한다는 것인데 암만 줄을 세워도 안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줄 세우기를 너무 좋아하면 사고방식도 그리 될지 모른다. 친구들 사이 결혼하는 것도 줄 세우기, 자녀 출산, 진급, 퇴직 등도 줄 세우기, 심지어 실연, 이혼, 부모님 별세 등도 줄을 세울지 모른다. 어떤 경우엔 시험 합격 순서와 출세 순서가 정반대인 경우도 있다. 현 대통령은 사법시험을 남보다 9년 늦게 합격했지만 검찰총장과 대통령이 된 것은 초고속이었다.
학교 이전엔 등수를 알지도 못했고 사회생활 이후 혼자 지낼 때엔 등수와 무관해지긴 하지만 이 세상을 떠날 때에도 우리가 현재는 잘 모르는 등수가 있을지 모르겠다. 과거에 삶을 마치 결정하는 듯하던 줄 세우기를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줄 세우기로 인해 삶 자체가 좀 더 역동적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