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며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과 함께 15일 스승의 날, 21일 부부의 날이 있어 가정의 달이라고도 한다. 이중 스승의 날에 대해 생각해본다.
한참 전엔 스승의 날이면 과거 고3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드리거나 간단한 선물을 보내기도 했는데 언제부턴가 마음속으로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지낸다. 그 분은 은퇴한 지 10여 년 이상 되었는데 고교시절 1~3학년을 쭉 우리와 함께 생활하셨다. 당시 30대 초반의 연세로 열정과 소신이 강했지만 자상하기보단 다혈질적이고 욱할 때가 있어 다가가기엔 어려웠던 분이기도 했다. 맡으셨던 과목인 한문과 고문 실력도 출중했고 늘 빈틈없이 준비해서 가르치던 교사였다. 담임을 맡은 반 학생들에 대한 애착도 강하여 종례를 꽤 길게 30분씩도 하며 가슴속 깊이 기억에 남는 말씀을 해주시기도 했다. 학력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종례시간에 해주신 말씀이 기억난다. "다들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입시를 치르고 대학을 가지만 자기 혼자만 잘 되어서는 안 되고 되어도 함께 다 잘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워낙 불의를 싫어했기에 "학교에서 이 따위로 하는 놈들이 사회에서 부정부패나 해 먹고 걸리면 재수가 없어서 잡혔다고 한다"는 식의 거친 말도 종종 내뱉으셨다.
솔직히 일부 교사들은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욕이 강한 젊은 교사들은 받는 급여의 몇 배씩 되는 일을 일부러 만들어하기도 하였다. 20여 년 전 그 은사는 모교와 같은 재단의 다른 학교에 계셨는데 내가 사회인이 되어 찾아가 뵌 적이 있었다. 그때가 토요일 오후였는데 텅 빈 교무실에 혼자 자리를 지키고 앉아 다음에 지도할 내용을 공부하고 계셨다. 인간을 만드는데 열정적이었고 변함없이 성실한 자세로 소임을 다해 일해 오신 분이기에 스승의 날만 되면 생각이 난다.
또한 대학시절에 만났던 한 분의 스승이 기억난다. 그분은 대학시절 제자들이 자신에게 보낸 편지나 자신이 신문에 기고했던 글을 읽어주셨는데 한 번은 '스승의 날'에 고인이 된 은사를 기리며 신문에 기고했던 글을 읽어주셨다. 내 기억에 그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엄밀히 말하면 인생에 스승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인생에서 자신을 진정 가르치고 깨닫게 해주는 존재는 자신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겐 잊지 못할 한 분의 스승이 계신다. 나는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어디론가 걸어가면서 계속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생전 그가 셰익스피어 작품을 가르칠 때 한 문장 한 문장 정성을 기울여 가르치며 보여주던 진지함과 열정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십여 년 전 길을 가다 그 교수를 길에서 우연히 뵙고는 반갑게 인사를 드렸다. 당시 은퇴를 하고 집에서 쉬고 계실 때였는데 내가 명함을 드리면서 간단히 소개하자 "선생들은 학생들이 아는 척해줄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아."라는 말씀을 하셨으며 그 후 나에게 자신이 쓴 책을 소포로 직접 보내주셨다.
이상 내가 스승의 날마다 기억나는 두 분의 은사에 관한 내용을 스케치해 보았다. 내가 학창 시절 직간접적으로 만났던 스승들의 수를 세어보면 족히 수백 명은 될 듯싶다. 그렇지만 그중 기억에 오래 남는 분들만 추리면 손에 헤아릴 정도일 것이다. 실력과 인격과 소신을 함께 갖춘 교사는 그다지 많지 않기에 그러하다. 가르침이란 것은 결국 올바른 인간을 만드는 것이지 능력만 가진 기능인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은 인간의 능력과 인성을 함께 키워주는데 세상은 인성보다 능력을 더 중시하는 것 같다. 능력은 곧 연봉으로 이어지며 현실적인 삶의 질을 결정하기에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안된 사람, 즉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인간들은 자기 능력만 가지고 고시에 합격하여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경우 극단적인 경우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를 좀먹게 할 수도 있다.
인간이 되라고 외치던 은사들 중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도 한 두 분이 아니다. 알량한 지식과 자격증 혹은 학위에만 매달리지 않고 참된 인간을 만드는데 몸과 마음을 바쳐 헌신하는 교사가 많길 기원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