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좀 부를 줄 아는 사람은 혼자서 온갖 멋을 부리며 노래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솔로 가수들도 각자 자신들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감미로운 목소리(김세환), 고음이나 저음 위주의 창법 (이은미, 배호), 비음을 가미한 독창적 창법(윤복희), 남들보다 뛰어난 가창력 (패티김, 조영남) 등으로 다채롭다. 고유한 색깔이 없는 경우엔 가수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며 인기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개성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에드리브(ad-lib)란 것도 있다. 원래 연극이나 방송에서 출연자가 각본에 없는 연기를 돌발상황 시 즉흥적으로 하는 기교지만 기타 연주자나 가수들도 악보와 관계없이 애드리브를 통해 자신들의 색깔을 가미한 음악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상이 솔로들의 개성에 관한 내용이라면 듀엣이나 중창 혹은 합창의 경우는 여러 목소리가 마치 하나의 소리처럼 화음도 들어가 솔로와는 또 다른 차원의 음악을 구현한다. 내가 들어본 가장 훌륭한 합창이 '모데트 합창단'이 불렀던 '보리밭'이다. 각기 다른 모습의 남녀가 네 개의 파트로 나뉘어 화음을 이룬 소리는 듣는 이를 매료시켰다.
만일 세계적인 유명 성악가들이 모여서 코러스를 한다면 어떨까? 하나의 팀이란 의식이 없을 경우 각자는 훌륭할지언정 각자 개성만으로 마구 질러대는 소리라면 한마디로 불협화음의 극치에 불과하다. 결국 자신을 죽일 때 비로소 코러스라는 새로운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1985년 아프리카 난민을 위해 미국의 팝스타 45명이 모여 10여 시간 녹음을 강행하며 불렀던 노래가 'We are the world'이다. 곡이 작곡되어 40명의 엄선된 가수에게 테이프로 보내졌을 때 그 테이프를 받은 가수들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싱글 녹음에 동참하여 'USA for Africa'행사의 일원이 되었다. 그 노래의 제작자 퀸시 존스는 녹음을 하러 모인 가수들에게 농담 삼아 "자존심 따위는 문밖에 내려놓고 들어오세요"란 말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제작된 곡은 엄청난 히트를 쳤는데 2천만 장에 2억 달러가 모금되어 전부 아프리카로 보내졌다.
세계적인 가수들이 한마음이 되어 제작했던 이 감동적인 노래를 들어보면 중간중간 가수 별로 각기 다른 개성의 목소리가 나온 다음 합창이 이어진다. 각자 다른 개성의 세계적인 가수들이 한 마음으로 들려주는 멋진 합창은 듣는 이들의 마음까지 합쳐져 시대를 공감하는 인간의 위대한 음악으로 승화되었다.
이러한 앙상블의 의미와 가치는 우리의 가정, 지역사회를 포함 국가에서 전 세계로 확대될 수 있으리라 본다. 각자의 소중한 개성이 개인으로 끝나지 않고 가정에서 하나로 모이고 결국 전 세계로 확대되어 코러스가 될 때 개인의 개성은 묻히지 않고 오히려 캄캄한 밤하늘의 별이 되어 더욱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