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린 친구에게

by 최봉기

1주일 전 1월 10일 오전에 작년 가을부터 연락이 안 되어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하던 친구 이름으로 전화가 걸려와 뭔 일인가? 하고 전화를 받았는데 친구의 목소리가 아닌 어느 여성의 목소리였다. "박**씨의 배우 잔데요 박**씨가 오늘 세상을 떠나셨어요"라고 말하면서 흐느꼈다. 나는 갑자기 왠 날벼락인가 싶어 "무슨 말씀이신가요? 그러잖아도 연락이 안 되어서 무슨 일인가 했는데 혹시 병이 생겨 입원이라도 했었나요?"라고 물었더니 췌장암이었는데 그래서 전화통화가 안 되었던 거라고 하였다.


내가 2년 전에 만났을 때 건강 관련한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아 생각을 총동원해도 영문을 모를 일이었는데 사실인즉 작년 5월 건강검진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그 후 6월에 갑자기 속이 아파서 혹 위염이라도 생겼나 해서 병원에 갔는데 췌장암이란 판정을 받고는 항암치료를 했고 몇 달 후 병원에서는 더 이상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후 퇴원하여 호스피스 병동에 있기도 했는데 올 1월이 되자 금융계좌나 재산들을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고 결국은 큰 고통 없이 평안하게 눈을 감았다고 한다.


최근 들어 환갑도 되기 전 눈을 감은 지인이 벌써 세명에 이른다. 과거라면 환갑 때 장수했다고 잔치까지 했건만 지금은 팔순까지 사는 세상에서 50대 후반에 별세하는 건 단명이며 흔치 않다.


고인이 된 친구는 남에게 사소한 피해도 주지 않던 선비 같은 사람으로 명문 K대 법학과를 나와 미국의 명문 인디애나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춘천의 강원대와 숙명여대 교수 생활을 해왔다. 성실성과 능력 어느 하나 손색이 없었기에 더욱 아쉽고 슬퍼진다.


주변 친지들의 때 이른 별세 소식을 접하다 보니 유튜브의 '죽음학 강의'에 특별한 관심이 간다. '근사체험'이란 게 있다. 죽었다 살아난 사람들의 체험인데 사망 시 육체는 썩지만 인간의 정신 혹은 혼령은 육체를 빠져나와 시체 옆에서 흐느끼는 가족들을 보거나 심폐소생술을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하는지 근성으로 하는지도 보게 된다고 한다. 그리곤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후 환한 곳으로 가서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고 한다. 한때는 이러한 체험을 마치 미신처럼 폄훼하거나 비정상적인 걸로 보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공통된 체험들이 나오고 그러한 내용을 다룬 책들도 한두 권이 아니다.


유튜브에서는 과거 서울대 내과 교수를 지냈던 정현채 교수가 죽음학의 전문가로 나와서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니 비과학적이거나 미신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라 생각된다.


종교에서 말하는 내세란 것도 불교, 천주교, 개신교가 각각 달라서 혼돈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죽음학에서 말하는 사망이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으로 보므로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지도 않는 새로운 현상도 있다고 한다.


아무튼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 빈소에서 슬퍼하는 가족들에게 "마음은 아프지만 한평생 후회 없이 잘 살다가는 사람을 기쁜 마음으로 보내줍시다"라고 말하고는 돌아왔는데 며칠간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아 과거 고인의 전화번호로 전화도 해보고 고인의 아들과 통화도 해보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가진 걸 가져가지도 못하는 게 삶인데 다들 눈에 불을 켜놓고 한 푼도 손해보지 않으려 지내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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