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광고

by 최봉기

1970년 우리 집에서 TV를 샀을 때에 어른들이 보기 시작했던 드라마가 당시 절찬리에 방영되던 TBC의 '아씨'였다. 그리고 매일 오후 5시만 되면 TV 앞으로 달려가 어린이 만화영화 '우주소년 아텀', '마린보이', '타이거 마스크', '마징거 제트' 등을 보았고 토요일엔 '디즈니랜드'란 프로를 즐겨보았다.


TV를 볼 때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중간중간에 광고가 삽입된다. 종류도 라면, 음료수, 맥주, 과자에 껌과 사탕, 빙과, 조미료, 커피 등 먹는 것들부터 TV나 냉장고 등 전자제품과 양복과 캐주얼 등 옷 종류와 구두나 운동화 등 다양하였다. 또한 빼놓을 수 없었던 것이 소화제, 간장약, 위장약에 진통제 등 약 광고이다.


지금도 귀에서 잊히지 않고 남아 있는 광고 문구들이 있다. "(제각 제각)이 소리가 아닙니다. (스걱스걱)이 소리도 아닙니다.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보령제약)", "체력은 국력"(일동제약)

"일단 한번 와 보시래니깐요"(초원의 집) 등.


라디오 중심의 방송에서 각 방송사별 TV 개국일이 KBS가 1961.12.31, TBC가 1964.5.8, MBC가 1969.8.8이다. 70년 이후 TV에 등장한 광고는 한둘이 아닌데 처음 TV를 안방에서 시청하던 70년 초에 접했던 광고들 중 기억나는 것이 첫째, 남자들이 말을 타고 가서 호두를 이빨로 깨어먹는 광고(제약회사 드링크제?), 둘째, 물살 센 계곡에서 헬멧 쓰고 래프팅 하던 광고. 셋째, 블루벨스의 곡 '즐거운 잔칫날' "잔치 잔치 벌였네 무슨 잔치 벌였나~~"로 나오는 삼양라면 광고. 넷째,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고 거실의 응접세트에 나와 시계 소리만 울리고 새벽에 태풍 후 계곡이 평온해지는 영상의 진통제 (진통 제명?). 다섯째, 다이빙하여 맥주잔 속에서 기포를 헤치고 수영하던 크라운맥주 광고. 여섯째, 영화 촬영을 마치고 스탭과 감독이 잔을 부딪히는 OB맥주 광고 등.


라디오나 TV로 전달되는 광고는 은연중 머리에 입력이 되어 무의식 중에 입으로 흥얼거리게 하는 잠재적 기억효과가 있다. "두통, 치통, 생리통→사리돈 (종근당).", "파란 병에 하얀 위장약→ 암포젤 엠", 요즈음 것들로는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 1577 (대리운전)"


노래로 알려진 CM송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열두 시에 만나요 브라보콘 둘이서 만납시다 부라보콘 살짝궁 데이트 해태 부라보콘.",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드려요 아름다운 날들이여 사랑스러운 눈동자여 오오오오 오란씨.", "엄마 아빠가 함께 투게더 투게더 온 가족이 함께 투게더", "첫 번째 그 맛 상큼한 그 맛 아맛나", "아가씨 아가씨 아카시아 사랑해 사랑해 샤넬 샤넬", "맛동산 먹고 즐거운 파티 맛동산 먹고 행복한 파티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과자 해태 맛동산". "한일 한일 자동펌프 물 걱정을 마세요, 한일 한일 자동펌프"


CM송을 개사해서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열두 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대신 "열두 시에 만나요 공동묘지 둘이서 만납시다 식칼 들고~". 한 때 '박 탄 D'란 음료수 광고도 개사, '밥 탄다'로 하여 "식순아 배고프다 밥을 해라 불타는 연탄 뜨거운 밥솥 식순아 밥 탄다 밥타 밥타 밥 탄다".


CM송으로 유명한 가수가 김도향이다. 약 3,000곡 작곡에 약 1,500곡 직접 가창. 우리 귀에 익은 곡이 '맛동산 ', '스크루바', '화장지 뽀삐', '사랑해요 LG', '아카시아 껌' 등. 김도향을 포함 몇몇 대마초 가수들은 오랜 기간 방송 출연이 금지되어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CM송은 규제를 받지 않았기에 돈벌이를 할 수 있었고 윤형주 경우도 불렀던 CM송이 더러 있었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아빠 손 엄마손 자꾸만 손이 가 누구나도 즐겨요 해태 새우깡", "무지개 따다가 지붕 만들고 흰구름 따다가 대문 만들고 어때요 나의 집 멋있잖아요."


TV 광고는 비용이 무척 비싸기 때문에 어지간한 회사는 시도조차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스포츠 경기 때에는

처음 출시하는 신제품의 광고를 과감히 선보이기도 했다. 내 기억에 "다시다"란 조미료 광고가 유명한 복싱 타이틀매치 때 눈과 귀에 들어왔다.


상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TV를 통해 각인되는 상품의 이미지나 관심은 무척 큰 것인데 1980년 김태식이란 복서가 루이스 이바라를 KO로 이길 때 계속 훅 펀치를 날리던 화면을 넣었던 '엘프'란 이름의 트럭 광고가 시합 바로 다음날 TV광고로 나오기도 했다.


TV광고는 약간 과장된 측면도 있다. 라면 광고를 보면 실제로 면에 수프가 고작인 라면이 마치 신선로 요리처럼 TV 화면에 보인다. 대웅제약의 간장약 '우루사'는 웅담 성분이라고 선전을 했지만 새빨간 거짓말이고 실제로는 화학적으로 제조한 것인데 그것도 가장 광고효과가 높은 프라임타임에 나왔다.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았던 건 고인이 된 권력자 차지철 경호실장이 대웅제약 사장과 가까운 사이라 그랬단 말도 있다.


70년대에는 특히 약 광고가 많았던 것 같은데 '해충 요충 십이지장충'과 관련한 구충제 광고와 위산과다, 소화불량 등에 관한 소화제 광고도 자주 등장하였다. 또한 찬바람만 불면 콜록콜록 기침감기에 '판콜 A '광고가 기억난다. 그때는 다들 생활 수준이 지금보다 못해 변두리 지역과 시골은 수도가 없어 우물물을 먹다 보니 해충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을 것 같다. 또한 바쁘게 살다 보니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하여 위장이 안 좋아지고 한꺼번에 먹다 보니 과식을 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 같다. 또한 직장인은 업무 외 각종 회식과 술접대로 인해 간이 피로해 간장약을 찾았을 것이다. 주거 환경도 연탄이나 보일러로 난방을 했고 가습기도 사용하지 않다 보니 찬바람만 불면 이 집에서 콜록, 저 집에서 콜록했다.


가수 주현미가 약대를 나와 남산 부근에서 약국을 했는데 약국이 잘 안 되어서 가수로 전향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감기환자가 오면 "별 다른 약이 없으니 집에서 며칠 푹 쉬세요"라고 말하고는 그냥 보냈다고 한다. 간이 안 좋을 때 찾는 간장약은 솔직히 별 효과가 없다. 따라서 양심적으로만 장사할 경우 돈벌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상 TV에서 부지불식간에 시청자로 하여금 특정 상품을 떠올리게 하는 TV 광고에 얽힌 다양하고 잡다한 기억을 스케치해 보았다. 영화나 노래와 같이 광고는 그 시절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특히 노래가 가미되는 광고는 흥얼거라며 수십 년이 지나도 기억이 재생되게 하는 놀라운 효과를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공부할 때 암기해야 하는 내용을 가사로 하여 노래로 부르며 흥얼거리다 쉽게 암기하는 두뇌 플레이를 하기도 하였다. 인간이 지구 상에서 생활하는 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 출시되고 그 상품에 대한 광고란 게 다양한 형태로 나올 것이다. 비록 상업적이긴 하지만 인간의 체취를 느낄 수 있고 오래오래 기억될 좋은 광고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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