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이 있어야 하는 이유

by 최봉기

"세상에 살면서 자기만의 주관 혹은 소신이 있는 건 과연 의미가 있는가? 아니면 별 의미가 없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 사람마다 다를지 모른다. 혹자는 "조용히 있지 튀는 게 뭐 좋아."라고 말할지 모르고 "가만히 있어도 중간은 한다."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소극적인 태도로 삶을 사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솔직히 주관이 분명하다는 이유로 피해를 보는 일도 있다. 하지만 인생은 며칠만 살고 마는 게 아니며 자신은 한 인생에 있어 엄연한 주인공이므로 득과 실을 떠나 자신의 주관이나 소신대로 사는 건 정상적이며 또한 정당한 것이다. 요컨대 주관이나 소신이 있다는 건 그 자체가 정신적으로 자신을 이끄는 힘이라고 본다.


사실 이 세상은 그리 논리적이지 못하고 또한 삶 자체에 정답이란 것도 딱히 없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따지고 보면 원해서 그리된 것도 아니고 세상을 떠날 때에도 그다음은 어디로 가는 건지 분명히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런 삶의 특성 때문에 '허무주의자', '회의론자'가 되기 쉽다. 하지만 이런 비논리적인 삶의 속성 때문에 논리가 더욱 필요하다는 역설이 나오기도 한다. 삶 자체가 논리적이라면 그대로 살면 되는 것이지 굳이 논리를 따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세상이 제멋대로라고 자기 자신까지 덩달아 그리된다면 잠시 살다 떠날 삶이 아무런 가치도 없이 묻혀버릴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행해진 일들은 고스란히 남아 자신이 지나온 발자취가 된다. 자신의 삶을 '일본'이란 절대권력에 의지하며 호의호식했던 '이완용'을 비롯 을사오적 포함 악질 경찰 노덕술 등도 자신들의 족적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는 없기에 그 후손들도 더러운 유산을 남긴 선조의 지저분한 후손이 되어 결국 외국에 가서 살든지 아니면 다른 성으로 개명해야 할 것이다.


주관과 소신이란 게 필요한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만을 추구한다면 주판을 튕겨 자기한테 유리한 쪽으로 줄만 서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에겐 역사라는 게 있고 과거에 했던 행적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게 된다. 따라서 갈수록 독단과 자기 합리화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올바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사고체계가 굳건히 서있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명백히 잘못된 일을 보고도 슬쩍 눈 감고 지나갈 경우 자신으로 보나 사회로 봐서 별 좋을 게 없다. 결국 자신은 공범이 되고 사회는 한 발짝 퇴보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 독재 정권하에서도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에 아랑곳하지 않고 행동했던 장준하, 문익환과 같은 사람들이 있었건만 갈수록 그런 인물을 보기는 어려워진다. 며칠 전 있었던 지방선거와 지난 대선 때도 온갖 공약을 뿌리며 시장에서 사람을 모아놓고 장사하듯 난리를 치지만 속으로 들어가 살펴보면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염려하는 남다른 소신과 주관은 보이지 않는다. 불이익이 닥칠 경우에도 소신껏 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 나오길 손 모아 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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