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나 가정도 그러하지만 국가들도 처지가 여유롭거나 쪼들리기도 한다. 누구는 나서부터 부모 잘 만나 여유롭고 누구는 집안이 엉망이고 쪼들리기만 한다. 또한 누구는 부유한 나라에 태어나 풍요롭게 살지만 누구는 하필이면 최빈국에 태어나 전쟁도 겪으며 갖은 고생을 하기도 한다. 6.25 한국동란 당시에도 일반인들이 줄을 지어 피란 갈 때 일부 특권층은 전쟁과 무관한 미국에 가서 유학을 하며 대포나 총소리 한번 듣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런 가정적, 국가적 또한 한 국가 내 계층별 격차는 자신의 의지나 능력과는 무관한 것들이다.
이렇듯 인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처지에 놓일 수 있는데 여유롭게 자란 경우는 자신의 능력이 아닌 부모 능력으로 인한 것이다. 학창 시절 때 주변을 보면 자신은 공부를 잘하며 경쟁력이 있는데 부모가 사업에 실패하여 경쟁력이 없는 경우가 있는 반면 자신은 열등생으로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부모는 돈이 많은 부자인 경우도 있다.
부유하게 자란 경우는 가난하게 자란 경우보다는 분명 복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여유로운 환경에서 성장하면 성격이 모나지 않고 원만해지기 쉽다. 또한 사랑을 흠뻑 받으며 지낼 수 있기에 남에게도 받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준다"는 말이 있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사랑을 주기도 어렵다. 그 이유는 사랑이 좋다는 것을 알만한 여유조차 없이 지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유함에 대한 성찰이나 감사함이 부족할 경우 부유한 환경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돈이 있다는 결과에 취해 부를 형성하기 위해 고생했던 과정을 망각할 경우 부는 지속되기 힘들며 몰락의 길로 치닿는다.
어릴 적 여유롭게 자라 커서는 보통 혹은 쪼들리는 경우와 쪼들리다가 여유롭게 사는 경우 중에서 하나를 고르게 한다면 전자보다는 후자가 낫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어릴 적 부자였던 사람이 계속 부자 소리 듣기는 그리 쉽지 않다. 한번 정도는 어려워 봐야 돈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부모가 일군 재산은 어찌 보면 진정한 재산이 아니다. 스스로 고생도 하며 모은 재산이 진정 자기 재산이다.
여유롭게 살다가 몰락하여 쪼들리게 사는 사람이 있고 쪼들리다 성공하여 여유로운 사람이 있다. 전자는 과거의 부귀영화를 그리워하고 후자는 반대로 과거 초라했던 모습을 떠올리기 싫어할 수 있다. 전자는 후자를 깔보기도 한다. "과거에 내가 큰 집에서 떵떵거리며 살 때 셋방 살이 하던 인간들이 이제 돈 좀 벌었다고 어깨에 힘도 주고 더러워서.."
어차피 한평생 살다 갈 인생이라 소유한 것을 가져가지도 못한다면 현재 가진 부도 중요하지만 그 부를 창출하기 위해 가졌던 생활 태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할지 모른다. 어느 부모라도 자신들이 고생해서 이룬 부를 자식에게 물려주어 행복해지길 바라겠지만 그런 부는 오히려 자식들 간 분란의 씨앗이 되고 머지않아 허공으로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차라리 자식에게 자신이 성공하기 위해 가졌던 삶의 철학을 철저히 물려주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