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 종일 입을 통해 꽤 많은 말을 한다. 아주 하찮고 단순한 의사전달부터 고차원적인 내용의 말까지 그 심도나 폭이 깊고도 넓다. 만일 인간에게 입이 없거나 있다고 해도 의미를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없다면 눈짓, 몸짓으로 의사를 겨우 전달할 뿐 사고가 발전하지 못하여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생활에 머물 뿐 그 이상 도약할 수는 없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살면서 말로 의사를 전달하며 거기에 머물지 않고 글이란 수단을 통해 기록한다. 글이 아닌 말로도 머릿속의 생각을 상당한 수준까지 표현할 수는 있지만 말은 암만해도 일시적이며 세부적인 내용을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글로 기록을 할 경우 암만 양이 많고 복잡한 내용이라도 거의 완벽하게 살려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기록자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 내용은 사라지지 않고 존재할 수 있다. 이토록 글은 인간의 삶에서 무척이나 큰 의미를 갖는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과 글로 기록하는 것을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말은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반면 글은 여유롭게 앉아서 세부적인 내용까지 담아 정교하게 또한 논리 정연하게 표현할 수 있는 차원 높은 표현 수단이다.
이러한 글의 매력과 장점을 살려나가야 하는 사명이 현재의 우리에게 있건만 작가나 기자 혹은 학자들을 제외하면 글을 쓰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나마 우리 이전 세대에는 편지라는 수단이 있어 글로 마음을 담아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전화, 인터넷 등의 사용이 확대됨에 따라 간편하게 의사나 정보를 전달하고 교류할 뿐 차분히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들을 글로 옮기는 일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나의 경우 글을 쓰는 직업에 종사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글로 쓰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차츰씩 글을 쓴다는 일이 진정 흥미롭고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인간은 살면서 축적되는 경험과 지식이 소중한 무형재산이 된다. 이러한 것들을 머릿속에만 두고 지낸다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고 말지만 하나씩 글로 정리해서 남기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무척 의미심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글쓰기가 왜 그리도 중요한지에 대한 이유를 몇 가지로 간추려 본다.
첫째, 글쓰기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아주 좋은 취미가 된다. 사람들은 등산, 골프, 당구 등의 취미를 통해 서로 어울리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건강도 유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 장소나 경제력에 관계없이 늘 한결같이 몰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글쓰기만 한 것은 없다. 나이가 들어 만날 사람들이 줄거나 사라지더라도 글쓰기는 자신을 끝까지 지켜주는 취미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둘째, 글쓰기를 통해 나온 글은 지인들과 공유할 경우 친교의 좋은 수단이 된다. 사람들은 지인들을 만나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혼자서 외롭게 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고독은 모든 사람의 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러 여건상 지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경우 혼자 완성한 글을 지인에게 보낸다면 그 자체가 훌륭한 차나 대화도 될 수 있다.
셋째, 글쓰기를 통해 나온 글들은 후손들에게 좋은 교훈서 내지 지침서가 된다. 한 인간이 가진 지식과 경험은 자신만 가지고 있기엔 너무나 아깝고도 소중한 유산이 될 수 있다. 의사, 교수, 법률가나 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인들은 각각 수십 년간 종사했던 특정분야에서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있다. 이것들은 특히 후손들에게 무척 유익하고 소중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글쓰기는 인생 황혼기에 접어드는 중장년층에게 값진 취미 활동이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뿐 아니라 지인과 후손들까지 어우러져 서로 좋은 내용의 글을 쓰고 나누며 이를 남길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높은 가치를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