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의사를 주로 말로 전하며 간혹 글을 이용하기도 한다. 말은 즉흥적이고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고 글은 다소 불편하기는 해도 내용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교육이란 분야는 가르침과 배움이 말하기와 글쓰기로 이루어진다. 대학교 1학년 때 국어담당 교수는 앉아있는 우리들에게 앞에 나가 발표를 해보라고 했는데 다들 단상에 서서 말하는 것이 익숙지 않아 난감해했다. 그 이유가 우리는 그때까지 웅변대회 참가 외엔 발표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고 대신 줄곳 주입식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었다.
그 후 3학년 때 '영어연극'에 배우가 되어 참여하게 되었다. 우선 대본을 외우고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데 연습 때부터 무대가 무척 어색하게 느껴졌다. 손과 발이 얼어붙어 서있는 것 자체가 힘든데 연기까지 해야 하니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Kismet'이란 공연이 남산의 드라마센터에서 1984년 4월 거행되었다. 약 40년이 지난 지금 그때를 떠올리면 만감이 교차하지만 그때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생기는 초조함과 불안감을 극복하게 된 거였다. '청중 공포증'을 극복하게 되면 원고 없이도 즉흥적으로 단상에 서서 청중들을 웃기고 울리는 게 가능해진다.
그 후 대학을 마치고 경영학 석사과정 (MBA)를 하러 미국으로 갔다. 그때 괴롭긴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게 경영사례를 미국인들 앞에서 발표했던 것이다. 외국인으로서 미국인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했기에 부담감과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발표 전날은 너무 긴장이 되어 한숨도 자지 못했다. 하지만 고생한 보람이 있어 발표 후 교정에서 만난 미국인들이 "excellent"라고 칭찬을 해주었다.
이렇듯 교육에서 말로 하는 발표는 무척 큰 의미를 갖는다. 글로 적는 시험은 끝난 후 기억에서 사라지지만 남들 앞에서 직접 발표할 경우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지식이 되어 기억에 오래 머무르는 장점이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그러한 교육이 제대로 되지 못했던 이유가 한 반에 학생이 너무 많은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오랫동안 교수로 재직하고 이제는 은퇴한 손봉호 교수는 네덜란드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신의 저서에는 당신이 박사논문을 쓰기 전 자격시험을 본 내용이 나온다. 시험을 글이 아닌 1박 2일로 지도교수랑 야외에 가서 대화를 통해 치렀는데 최종 평가가 "excellent"로 나왔다고 한다.
지금까지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인간은 사는 과정 자체가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내게 되어 있어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하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인생을 잘 사는 길일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어색해하지 않고 오히려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게다가 이젠 국제화가 되어 단상에서 영어로 청중들을 웃기고 울릴 수도 있어야 할 것이라 본다. '미나리'란 영화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이 청중들 앞에서 영어로 재치 있게 소감을 전할 때 청중들은 큰 박수로 축하를 해주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