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겉과 속은 늘 한결같아야 하는 건지 혹은 경우에 따라 다를 수도 있는 건지 한마디로 잘라서 말하기가 쉽진 않다. "같아야만 하는가?" 혹은 "같은 게 옳은가?"라고 물을 때 "지 알아서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겉과 속이 다르다는 말은 결코 좋은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동일한 사람이 겉으로 하는 말과 행동이 속에서 사고한 것과 동일하지 않다면 기본적으로 의심이 가고 인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게 된다.
예외적으로 겉모습과 속의 실상이 다른 경우도 있긴 하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일부러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옷차림을 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돈이 있으면 되는 거지 겉으로 표를 낼 필요는 없거니와 표를 냈다가 도난이나 강도 등 불이익을 당할 위험도 있어 그러하다. 반대로 돈이 없는 경우 일부러 돈이 있는 척 포장을 하기도 한다. 그것은 남들에게 무시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남에게 가서 영업을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옷차림이 지저분할 경우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기에 없는 돈이라도 모아 옷 장만부터 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인간도 가끔씩은 위장을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과거에 대통령 선거에서 몇 번씩 낙선한 정치인은 낙선 때 정치에서 물러난다고 공언했는데 계속 기회를 노리며 말을 번복하였다. 모르긴 해도 물러난다고 해야 경쟁자들의 견제가 적을 것이라 그랬는지 모른다. 조선시대 태종도 본인이 자리를 물러날 것이라고 선언을 해놓고 신하들의 반응을 살핀 적이 있었다. 결국 왕권 포기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 다음에 길에서라도 만날 일이 없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속 다르고 겉 다른' 사람이다. 이러한 유형은 사람들 앞에서는 위장을 하며 자신의 목적을 늘 우선한다. 이러한 사람일수록 남들의 사소한 반응에도 무척 민감하다. 그 이유는 자신의 행동 자체에 진실성이 없어 남들이 이를 알아차릴까 두려운 것이다. 자기중심이 있는 이들은 남 얘기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속과 겉이 다른 사람들은 나 앞에서 방긋 웃고 있지만 당장 태도가 어찌 돌변할지 모른다. 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도움을 청해 도와줬는데 돌아서서는 내 욕이란 욕을 사방에 대고 마구 퍼붓고 다니던 자도 있었다.
암만 남을 교묘하게 속이고 자신이 불리해지면 늘 변명을 늘어놓는 자라도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없다. 그런 자들은 "세상에 완전한 진실은 없다"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과거 권력층을 사칭하며 희대의 어음사기사건으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장영자가 검찰 소환 시 잘못했다는 말은커녕 자신은 피해자라고 하며 남긴 명언이 "경제는 유통이다"였다. 불법으로 뿌리고 다녔던 어음이 유통만 잘 됐다면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잘 살 수 있었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