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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고향

by 최봉기

과거 1980년에 윤수일이 불러 히트한 '제2의 고향'이란 노래가 있다. 가사는 갑갑한 생활, 별 정이 들지 않지만 그곳이 제2의 고향이라는 내용이다. 인간에겐 누구나 태어난 고향이 있고 거기서 일정 기간을 보낸 후 학교나 직장 혹은 사업 등의 이유로 이주하는 제2의 고향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제2의 고향이라고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서울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농촌 혹은 어촌에서 태어나 처음엔 중소도시로, 그다음 상경하여 실패도 겪고 온갖 고생을 하면서 결국 뜻한 바를 이루었다. 서울은 각지에서 올라온 온갖 인간들이 저마다 생존경쟁을 벌이며 발부 둥치는 곳이다. 주거지역을 보면 달동네부터 시작해 일반 주택이나 아파트에서 고급 저택까지 무척 다양하다. 사람들이 활동하는 분야도 정계, 재계, 학계, 연예계, 스포츠 분야뿐 아니라 조폭까지 각양각색이다.


MBC TV의 '성공시대'란 드라마에서는 현대와 삼성의 창업자가 서울로 올라와 사업을 일으켜 기업가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회장은 강원도 통천에서 가출해 상경하여 공사판 노동자에서 쌀집 점원 등 온갖 종류의 일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실패도 하며 온갖 고생을 하지만 결국 세계적인 기업의 대표가 되며 크게 성공하였다.


고인이 된 코미디 황제 이주일도 악극단 사회자로 지방 공연이나 다니며 줄곧 무명생활을 하다 나이 마흔이 되어 TV 프로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전에 코미디언 모집 공고를 보고 오디션에 나가면 계속 낙방만 했다는데 그 이유는 혐오감을 주는 외모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고생한 보람이 있어 한 순간에 이름이 알려지며 하루아침에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미디언이 되었다. 한 번은 1억짜리 수표를 받아서 집에 가져왔는데 누가 훔쳐갈까 두려워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한다. 당시 1억이면 고급 아파트 서너 채는 살 정도의 돈이다.


이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올라와서

고생한 끝에 크게 유명해졌다. 가수로는 남진, 나훈아, 현철, 설운도, 김수희 등이, 영화배우로는 신성일, 윤정희, 정윤희 등이 그러했다. 반면 서울에 와서 성공을 꿈꾸다 추락의 길로 떨어진 이들도 많다. '율산'신화를 꿈꾸다 좌절된 신선호도 있고 3 공화국 요정정치로 희생된 정인숙, 5공 어음사기사건의 주범 장영자 등도 있다.


이렇듯 서울은 시골에서 올라와서 젊음을 산화시켜 스스로 꿈을 이루던 기회의 곳이기도 하였지만 말 그대로 제2의 고향이라 맘 둘 곳 없는 삭막한 곳이기도 했다. 명절 때가 되면 고향을 찾는 행렬이 줄을 이었고 '고향역', '머나먼 고향' 등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가 TV, 라디오를 진동하였다. 어느 가수는 노래 가사에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처럼 된다고 자위해보려 하다가 그래도 고향이 좋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타향도 정이 들면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말을 했던가 바보처럼 바보처럼 아니야 아니야 그것은 거짓말 향수를 달래려고 술이 취해하는 말이야 아아아아 타향은 싫어 고향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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