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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적 기질

by 최봉기

요즈음은 '유니섹스'란 말도 나오고 남녀 간 차이가 적어져 남자가 여자처럼 여자가 남자처럼 바뀌어졌지만 과거에는 남자가 여자처럼 혹은 여자가 남자처럼 행동할 경우 집안 어른들로부터 꾸지람을 들었다. 남자는 '사내대장부'로 여자는 '계집아이'로 키워졌으며 남녀가 7세가 되면 한자리에 앉지 못하게도 했다. 남자 중에 숫기가 없는 사람은 '샌님'이라 부르기도 했다. 샌님의 사전적 의미는 "얌전하고 고루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로 나온다. 여자가 남자 같을 경우는 '여장부' 혹은 '왈패'라고도 했지만 여자가 너무 호탕하고 나서기를 좋아할 경우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고 까지 했으니 과거 우리나라는 얼마나 남성 중심적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럼 '남성적'이란 말은 '여성적'이란 말과 어떻게 다른 것인가? 남자는 모르긴 해도 원시시대 때에는 사냥을 해서 가족을 먹여 살렸던 것 같은데 잘못하면 맹수에게 목숨이 뺏길 위험도 감수했던 게 남자였을 것이다. 그 후에도 남자의 역할은 밖에 나가 일을 해서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고 여자는 애를 낳고 키우며 살림을 한다. 그러니 남자는 어릴 때부터 강해야 하고 나가서 얻어 맞고 들어와서도 안 되었다. 또한 쉽게 눈물을 보여서도 안 되었고 일생에 세 번만 울어야 했다. 태어날 때, 부모님이 세상을 떠날 때, 그리고 나라가 망할 때이다.


주로 남성적이라고 할 때 자주 쓰는 말로 '상남자'란 말이 있지만 '싸나이'란 말이 훨씬 피부에 와닿는다. 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경상도 남자들이 투박한 사투리를 쓰며 의협심을 발휘해 건달들을 혼내주기도 한다. 남녀가 대학교 때까지 함께 학교를 다니지만 남자가 군 입대할 때부터 서로 엇갈린다. 군이란 곳에서는 남자들끼리 생활하며 고된 훈련이나 힘든 내무반 생활을 참고 해나가야 하기에 누구나 사나이가 되어 나온다.


과거에 60년~70년대에 군생활을 했던 아재들은 복무기간도 지금보다 길었고 뻑하면 비상이 걸려 휴가가 금지되기도 했다고 한다. 내무반 생활도 얼차려나 기합 내지 갈굼 등으로 힘들었고 훈련도 완전무장한 채 행군이 아닌 구보를 꽤 길게도 했기에 지금 군생활보다는 훨씬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한 생활을 몇 년씩 하고 전역하면 세상에 별 겁날 일도 없었으리라 보인다.


세상이 바뀌며 남자애들을 과보호하며 마치 계집애처럼 키우다 보니 '마마보이'만 보일 뿐 자립적이고 남성적인 청년을 보기가 어렵다. 오히려 여자애들은 중성화 내지 남성화되고 있어 남녀의 모습이 서로 바뀌어진 듯하다. 잊혀 가는 남성 본연의 기질을 찾을 수 있어야 하건만 딱히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땐 차라리 가사에 전념하는 가정적인 남성을 하나의 대안으로 삼아 양성해 본다면 어떨까? 그리하여 여성적인 삶이 맞는 남자들은 여성적으로 살도록 하고 자존감 때문에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 남자들은 새로이 남자의 삶을 살도록 지원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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