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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돌아보는 삶

by 최봉기

인간은 누구나 현재보다 나아지려고 하지 못해 지려는 경우는 없다. 전세로 지내는 사람은 자기 집을 갖고 싶어 하지 거꾸로 자가에서 전세로 유턴하려 하는 경우는 없다. 자가도 10평 대면 20평대로 20평 대면 30평대로 올라가길 원하지 일부러 큰 평수에서 단칸방으로 가길 원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반대로 인생을 종말로부터 거꾸로 되돌려보면 발전 지향적 정방향의 삶이나 퇴보하는 역방향의 삶이나 서로 크게 달라 보이지도 않고 넓게 보면 그게 그것인 양 보이기도 하는데 그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이렇듯 누구나 건강하고 삶의 의욕이 강할 때에는 지금보다 한 단계 나은 위치로 가고 싶어 하며 노력을 통해 이를 하나씩 성취해 나가며 보람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이 바로 인생이다. 하지만 태어나 성인이 되고 집, 사회적 직위 등의 목표를 달성하고 난 다음은 과연 뭘 해야 하는가? 그때부터는 원하든 원치 않든 한걸음 한걸음 이 세상을 정리하고 저 세상으로 발길을 옮겨야 한다. 이 세상에서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이라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질병과 죽음이다. 고인이 된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은 암 판정을 받게 되었을 때 수명을 1년만 연장시켜주면 가진 재산의 절반을 주겠다고 했다는데 만일 돈으로 1년의 시간을 연장시킬 수 있었다고 한들 말년이 크게 다를 수 있었을까? 그래 봤자 눈앞에 놓인 건 황천길 말고는 없다.


이렇듯 인간은 앞을 보고 달려가지만 마지막 순간을 기점으로 거꾸로 삶을 돌아본다면 결국 모든 인간이 죽음이란 종착점을 향해 한 걸음씩 접근해 간 것이 삶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누구에게나 삶은 허무할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막 진학했을 때는 대학교 배지의 위용이 인간을 통으로 결정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다. 그 후 대학 졸업 후 취업, 대학원 진학, 개인사업, 조기사망, 이민 등 각자 삶의 번지수가 달라지며 대학 배지의 색깔은 바래지고 현재 서있는 곳에서의 명암이 새로운 평가 잣대가 되어 버리지만 잠시 후 은퇴를 하고 삶은 결국 황혼에 기운다.


거꾸로 돌아다보는 세상은 바로 보는 세상과 달라도 한참 달라 보인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정오의 땡볕 아래 사력을 다해 달리지만 슬슬 해는 기울고 황혼이 물들 때는 모두 하루의 삶을 정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시간엔 열정을 쏟아붓고 화려했던 정오의 일도 지나간 과거의 일이 되어버리고 인간은 누구나 짙은 어둠 속에 지친 몸을 던지며 눈을 감게 되는 것이다.


앞길이 창창한 젊은 세대가 인생의 무상함에 빠져 목표의식도 없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발전 지향적인 태도이든 그 반대이든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인생이란 사실을 알고는 있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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