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모아 태산 vs 티끌모아 티끌

by 최봉기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있다. 일확천금을 꿈꾸기보단 적은 금액의 돈을 차곡차곡 모으면 큰 재산을 형성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티끌 모아 티끌'이란 말이 유행하기도 한다. 과거 60~70년대 다들 여유 없이 살 때엔 큰 꿈은 꾸지도 않았고 서민들에게 가장 큰 꿈이 내 집 마련이었다. 당시엔 전쟁 위험도 있어 기회만 되면 부유하고 안전한 미국에 이민 가려는 사람이 넘쳐 났다. 그 후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하고 전쟁위험도 줄자 역이민자들도 생겼다. 이제는 자가용 없는 가정이 없고 과거엔 꿈도 못 꿨던 해외여행도 쉽게 갈 수 있게 되어 인종차별도 있는 미국에 가지 않고도 대한민국에서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다.


별다른 배경 없이 단지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한 남자가 나오는 TV 드라마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부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경우보다 거부감도 적고, 누구나 보면서 대리만족도 느끼고 서민들에겐 동기 부여도 되기에 모르는 사이에 드라마의 좋은 테마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자수성가형 사람들은 대개 근검절약형에 사치를 무척 싫어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오히려 사치를 좋아하는 부유한 집안의 여자랑 혼인하여 극과 극의 생활태도로 인해 갈등이 고조되어 시청자로 하여금 분노감을 갖게 하므로 시청률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


나의 부친의 경우에도 고향이 이북인데 월남하여 고향이 경상도였던 모친을 만나 가정을 이루었는데 대부분 그런 분들은 하나같이 '구두쇠' 소릴 들으며 생활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택시를 타본 적이 없이 걷거나 버스를 이용하며 검소한 생활을 해왔다. 한 가지 돈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 먹는 것이었다. 맨몸으로 내려와서 돈벌이를 하다 보니 몸 덩어리가 유일한 재산이어서 잘 먹는 건 소비라기보다 건강을 위한 투자로 생각했으며 사고방식 자체가 실속적이고 생산적이었다. 이런 식으로 악착같이 살았기에 어릴 적부터 돈이 궁해 남의 집에 돈을 꾸러 다니는 일은 없었다.


월남한 사람들 중 크게 성공한 대표적 인물이 현대의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이다. 월남해서 부자가 된 사람들은 정신력과 사고방식이 유태인과 매우 유사하였다. 미국에 이민 갔던 한국인들도 '제2의 유태인'이란 소리를 들으며 악착같이 생활하여 다들 기본 이상의 생활을 한다.


지금 젊은이들 사이에서 불만 섞인 '티끌 모아 티끌'이란 말은 한 번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이젠 그래도 밥 굶는 사람이 없다 보니 눈높이는 올라가고 힘든 일은 조선족이나 탈북자 혹은 동남아에서 온 사람들이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태산은 보이지 않고 티끌 타령을 하는지 모른다.

태산을 꿈꾸는 사람의 경우 언덕 혹은 동산에서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정주영과 같이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티끌에서 시작해서 거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태산이 되는 과정에서 어떤 경우는 어느 시점까지 모아놓은 부를 한방에 날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재기할 수 있는 원동력은 티끌이지 언덕이나 동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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