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법

by 최봉기

인간은 어머니 뱃속에서 10개월간 있다 세상에 나오게 된다. 현재는 의료 기술 발달로 출생한 아기가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만 과거엔 백일, 첫돌 이전에 눈을 감는 일이 많았는지 백일이나 돌이 되면 잔치를 했던 것 같다. 엄마 몸속에서 나와서 홀로 서고, 걷고, 뛰어다니며 어린 나이부터 세상살이를 시작하는데 지금은 핵가족이라 주변에 자기 가족만 있지만 과거 대가족의 경우 할아버지, 할머니 포함 여러 가족이 함께 생활하다 보면 가정에서 세상사는 법을 배우는 일이 시작되었다.


나의 경우 남보다 한 살 일찍 학교에 갔는데 한 살 위들 과 생활하는 일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때는 학교에 일찍 보내는 것을 좋다고들 생각한 모양인데 세상엔 공짜가 없다고 빠른 게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성인이 되면 한 살 정도가 세월에 묻혀 별 것 아니지만 어릴 때에는 한 살 차이란 게 생각보다 크다. 사소한 말다툼이 일어날 경우에도 상대가 인상이라도 쓸 경우 밥그릇 수가 적다면 우선 기싸움에서 밀린다. 어떤 식으로든 상대를 압박하거나 팽팽하기라도 해야 비빌 수 있건만 제압당하는 일이 많으면 자신감을 잃게 되어 슬슬 꽁무니부터 내린다.


중학생 때엔 사춘기가 시작되며 학교 생활이 한층 힘들어진다. 학교 안에서 소위 패권 다툼이 이루어지는데 주먹이 센 친구가 학교의 '통'으로 군림한다. 그 나이에는 '영웅심리'라는 게 작용하여 남들 앞에서 괜히 우쭐대고 싶은 심리가 발동, 각종 청소년들 비행도 일어난다. 흡연, 음주 등 어른 흉내에 쪼가리 찾기(짝 찾기)까지. 데리고 다니는 짝이 매력적일 경우 짜릿한 상승효과 혹은 군계일학의 기쁨을 만끽한다. 이때는 특히 미성숙한 시기라서 예측 불가한 충동성 혹은 행동 심리로 인해 자칫 자제력을 상실할 경우 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영화 '친구'에서는 당시 고교생들의 방과 후 학교 밖 모습이 보인다. 이들은 부산 중앙동의 중앙 탁구장 ('중탁')으로 향하는데 거기서 각 남녀 학교 꼴통들이 모여 친목도 도모하고 다툼도 벌인다. 그 영화에서는 롤러스케이트 타는 남학생과 여학생한테 여학생과 안면이 있는 듯한 한 패거리가 접근해서 남학생에게 시비를 거는데 한 발치 뒤의 준석(이호 성분)과 동수(장동건 분)가 이들을 혼내 준다. 준석의 말이 "이런 놈들은 발목이라도 부러뜨려 다음에 눈만 마주쳐도 슬슬 도망치게 해 둬야지 어설프게 보내면 다음 또 붙자고 나선다. 아니면 차라리 내편으로 만들든지..". 고등학교 주먹들 사이에서도 정치적 수완이 어지간한 정치인들 못지않다. 이런 것도 일종의 세상사는 법일지 모른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중학교 때 문제아 그룹들은 실업계로 빠지거나 해서 인문계 진학생들은 대개 유순하고 사고를 치는 경우도 적다. 그때부터는 3년 내내 입시 준비로 주눅 들어 지내는데 딴짓을 하지 않은 경우는 그래도 대학을 입학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고등학교를 4년, 5년씩 다니는 경우도 있다. 그때는 3년간 바보가 되는 게 세상사는 법이 된다.


서양에서는 "공부만 하고 놀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는 속담이 있다. 공부만 할 경우 실제 그리 된다는 생각도 드는데 인간은 서로 어울리거나 부대끼며 세상을 이해도 하고 스스로 문제 해결하는 요령도 터득하는데 공부만 하고 늘 혼자 지내다 보면 남들과 어울리는 방법도 모르고 외톨이가 되며 한편으로는 세상사는 법을 모르게 되기도 한다.


"학교에서 우등생이 사회에서는 열등생, 학교에서 열등생이 사회에서는 우등생" 이란 말이 있다. 인생은 정해진대로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임기응변도 필요하고 배짱도 부릴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세상사는 법은 어려서부터 직접 몸으로 체득하게 된다.


이상 어린 시절부터 중, 고등학교까지 경험을 통해 세상사는 법을 스케치해 보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군이 있고 각 분야별로 각기 다른 특성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공통분모라 할 문제 해결 능력은 세상사는 법이란 말로 압축될지 모른다. 문제 해결은 학력이나 지식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임기응변, 융통성, 뚝심 혹은 인간관계를 활용한 방법 등 다양할 수 있다.


제1공화국 시절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글자도 읽지 못했던 까막눈 임화수란 주먹은 비록 깡패였고 5.16 쿠데타로 사형을 당했지만 그 바닥에서 처세술만큼은 따를 자가 없었다고 한다.

과거 고3 때 TV 제1공화국 드라마에서 임화수(오지 명분)가 이정재(조경환 분)로부터 지네들이 갖게 된 극장을 임화수가 맡아서 해보겠다며 "형님 저는 그 극장의 못이 어디 박혀있는지도 압니다. 저에게 한번 맡겨주십시오 확실하게 한번 운영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할 때 부친 말씀이 "저런 사람에게도 배울 게 있다"라고 하셨다. 당시 나는 "건달에게 뭘 배워요"라고 했는데 당시 부친보다 세상을 더 산 지금에는 건달에게도 배울 건 있고 배울 건 배워야 한다고 느낀다. 건달도 잘못된 점이 있지만 100% 잘못된 건 아니기에 그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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