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에 맞게 살기

by 최봉기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기질이 다르면 추구하는 것도 달라진다. 남들이 보기에 뭣하러 저런 일을 일부러 찾아서 할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전대미문의 험한 코스 등반에 도전하다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어떤 이는 돈도 되지 않는 일에 모든 정열과 삶까지 바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다른 사람과 차별되는 고유한 기질 때문이라 보인다. 한 개인의 기질은 타고나는 것인데 이를 동양에서는 '사주팔자'라고 부르는 것 같다.


나는 한 때 우연히 집안 어른께서 나의 사주를 봐 둔 걸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사주니 필자니 하는 데 별 관심도 없이 지냈고 운명보다 자신의 의지와 노력을 중시하며 살았던 터라 뭐든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는 거라고 믿었는데 그 후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자신의 기질과 잘 맞지 않는 일은 대개 재능이나 몰입도도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세상의 일은 쉬운 일이 없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집중해서 매달리지 않을 경우 성공은 고사하고 살아남는 것 자체가 어렵다. 따라서 기질에 맞는 일을 할 때 집중력도 발휘되고 재능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 생각된다.


사회의 각 분야에는 분야별로 요구되는 기질이 있다. 연예 분야의 경우 '끼'라는 게 있는데 그 끼가 없는 경우 잠시 활동하다 TV 화면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면 그런 사람은 팔자에 없는 일을 한 것인지 모른다. 끼가 있는 사람은 스스로 신이 나서 열정을 불사르며 일을 하다가 윗사람 눈에도 들고 인기도 올라가서 결국 스타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끼만 가지고 스타가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끼가 없다면 연예인으로 성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학자란 직업은 전문적인 능력이 있어야 하지만 그 이전에 자신이 하는 학문에 굳건한 소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 식의 삶을 사는 사람이 학자가 팔자인 사람이다. '폴리페서'란 사람들은 특정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정치인들과 이해관계를 함께 하다가 결국 학자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하는 경우가 있다. 학문 속에서 기쁨과 긍지를 가지지 못하고 돈과 권력을 좇는 사람은 학자로 살 팔자가 아니라고 보는 게 합당할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분은 명문고를 나와 S대 치대를 입학했는데 공부가 맞지 않았는지 거의 전 과목 성적이 낙제였는데 결국 전과하여 국문과로 졸업을 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을 한 3개의 회사가 줄줄이 도산하는 바람에 입시학원 영어강사와 신문기자 생활을 하다가 미국에 유학을 가서 10년 동안 공부하여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아 대학에서 교수가 되었다. 결국 그분은 의사가 될 팔자가 아니었고 교수가 될 팔자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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