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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와 '역시나'

by 최봉기

살면서 '혹시나' 했던 일이 '역시나' 대신 어떨 땐 사실이 되기도 한다. 올 4월 초 전날 목 상태가 약간 안 좋아지며 다음날 잔기침을 한 번씩 했더니 확진 경험이 있었던 사람이 나더라 코로나 증세인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이미 3차 접종까지 마쳤고 마스크 착용, 손 씻기를 철저히 했기에 감기겠지 생각했는데 결과는 양성이었다. '혹시나'가 '역시나' 대신 사실이 되어버렸다.


살면서 보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로 끝나는 경우가 그 반대인 경우보다 훨씬 많다. '혹시나'란 말은 '혹 재수가 좋을 경우'란 말이다. 가능성이 높은 경우라면 '당연히'란 말이 나올 텐데 그렇지 못하니 '혹시나'가 되는 것이다. 대학에 입학하여 호기심에서 미팅이란 걸 나간 적이 있다. 남자 몇몇이 상대방 여자 몇몇을 만나 짝짓기를 하는데 혹시나 이상적인 상대를 만날까 기대를 하지만 역시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시나 했던 일이 뜻밖에도 사실이 되어버리는 일들 중 가장 놀라운 것을 든다면 로또 당첨 일지 모른다. 하지만 혹시나 했다 역시나 대신 당첨이 되어 단번에 거액을 손에 넣는 건 마냥 축하할 일만은 아니다. 그 이유는 갑자기 생긴 떼돈 때문에 오히려 불행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난했던 사람이 갑자기 팔자가 바뀌면 대개 조강지처를 버리고 돈으로 술집 마담과 살림을 차리기도 한다. 이 경우 돈을 보고 온 여자가 얼마간 함께 지내다 돈의 약발이 떨어지면 훌쩍 떠나 버리기에 결국 둘 다 잃고 후회밖에 남는 게 없다. 땀 흘려 벌고 아껴 모은 돈이 자기 돈이지 하늘에서 불쑥 떨어진 돈은 잠시는 몰라도 결국 파멸을 가져오기에 로또의 경우는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는 게 나을 수 있다.


과거 대학입시 때 재수할 생각으로 배짱 지원한 친구가 있었다. 혹시나 했던 일이 역시나 대신 졸지에 정원 미달로 합격해 버렸다. 주변에서는 실력 아닌 요행으로 입학해서 제대로 공부를 해낼 수 있을까 했는데 결국 그 친구는 뇌종양이 와서 20대 중반도 되기 전 세상을 떠났다. 이 경우도 혹시나가 역시나로 되었다면 낫지 않았을까 싶어도 진다.


"혹시나가 웬 떡이냐?"가 되기도 하지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하는 게 삶이다. 60여 년을 살면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삶의 이치라 생각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땀을 흘리지 않고 쉽게 결과를 손에 넣으려 할 경우 언젠가 낭패 볼 일이 생길 수 있다. "어제 흘린 땀이 없이 오늘 행복할 수 없고, 오늘 흘린 땀이 없이 내일 행복할 수 없다"는 말이 나의 삶의 좌우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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