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로 먹고 살기

by 최봉기

어릴 때 40대이시던 부친께 "연예인이란 직업은 인기만 있으면 TV에 나와 돈도 잘 벌고 남들도 알아주는데 괜찮은 직업 아닌가요?"라고 물어보았다. 아버지가 대뜸 하시는 말씀이 인기란 잠시 있다 어느 순간 사라지는 것이기에 뜬 구름과 같다고 하셨다. 지금은 내가 그때의 부친보다 더 오래 세상을 경험하다 보니 인기가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듯하다. 과거에 매일 TV에 나오다 이젠 가끔 얼굴만 보이거나 아니면 아예 얼굴도 보이지 않는 연예인들도 있다. 이들은 한때 날렸던 사람들이다.


내가 10대 중반 때 날렸던 가수로 혜은이, 김훈, 이은하, 최병걸, 조경수, 최헌, 송창식, 김세환, 송대관, 박경애 등이 있었다. 최병걸, 최헌, 박경애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나를 두고 아리랑'의 김훈은 아예 TV에 나오지 않는다. 송대관 정도 아직 활동을 하는 것 같고 혜은이도 간혹 나오지만 과거 톱스타 시절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얼마 전 열린 음악회에 나와 노래를 하는데 고음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버벅대던 모습을 보며 보고 있기가 민망하기까지 하였다. 송창식과 김세환도 이젠 은퇴한 가수라 불러야 할 것이다. 사실 그 시절에는 트로트나 발라드란 장르가 따로 없었던 때였고 가수들이 부르는 곡들을 통틀어 가요라 불렀다. 그러다 80년 중반 주현미가 '비 내리는 영동교'란 곡으로 트로트 붐을 일으켰고 이어 김연자, 현철 등이 합세, 트로트가 크게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대체 인기란 것은 무엇인가? 인기 가수, 인기 곡, 인기 탤런트, 인기 드라마, 자동차 인기 모델 등 다양하다. 인기는 유행과도 관련이 있다. 유행이 한 곳으로 쏠리는데 그러한 바람을 타지 못할 경우 인기를 끌지 못한다. 80년 중반 트로트 아닌 또 하나의 장르로 인기를 끌었던 게 발라드. 팝송이 지배하던 라디오 프로에 새로운 발라드 바람을 몰고 온 가수가 이문세였고 이어서 변진섭, 신승훈, 조성모 등으로 이어졌다.


이문세 말에 의하면 과거 무명에 가깝던 자신이 갑자기 인기 발라드 가수가 된 것은 고압적이던 5공 독재정권하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사람들이 지쳐있을 때 자기 곡들이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문세가 주목받지 못할 때 불렀던 '파랑새'와 같은 곡들은 "~삐리 삐리 기적소리 남기고~"처럼 곡 자체가 촌스럽고 매력적이지 못했지만 별세한 천재 작곡가 이영훈을 만나 '사랑이 지나가면', '광화문 연가', '소녀' 등 세련된 곡을 많이 받아 불렀기에 속된 말로 노래의 때깔이 달라졌던 것 같다. 현재 이문세는 시골에서 텃밭을 가꾸며 산다고 한다. 그가 마이크만 잡으면 여성 팬들이 환호했던 때도 이젠 30여 년이 흘렀다. 이렇듯 인기란 것은 뜬 구름과도 같은 것인지 모른다.


한때 무대 위에서 인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 중에는 배호, 나훈아, 남진도 있다. 남진은 한때 톱스타였다 별 알아주는 사람이 없던 시절 지방의 카바레를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두보의 시 가운데 하나는 제갈량의 무덤 앞에서 천하를 호령했던 과거 제갈량 모습을 무성한 잡초와 대비시키며 인생무상을 표현했다. 한때의 영광이 빛나지만 그것은 영원하지 않은 것이며 인기를 누리는 것도 잠시 향유하는 것일 뿐이란 사실을 또 한 번 되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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