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대학에 입학했을 때 라디오와 TV의 음악 프로그램 및 커피숍의 DJ 박스를 마구 뒤흔들던 곡이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다. 가사의 내용은 시월의 마지막 밤에 헤어진 기억을 떠올리며 아쉬워하는 내용이다. "~~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로 끝난다. 그때 그 시절의 정서와 환갑이 다 된 지금 나의 자녀들의 정서가 어떻게 다른 건지 요목조목 비교해 본다.
나의 경우 대학 입학 전까지는 입시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지만 일단 대학을 입학한 이후 입시는 저 멀리 사라지고 자유와 지성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그땐 짝을 찾아 미팅도 나가고 유명인사 특강도 들어보고 도서관에서 교양서적을 읽어 보기도 하였다. 81학번부터 '졸업 정원제 (졸정제)'라는 살벌한 제도가 도입되어 입학정원은 늘리고 졸업자수는 제한하여 평점 C학점으로 학사 경보를 받을 경우 다음 학기엔 이수하는 과목을 제한하고 학점 부진자들은 졸업도 할 수 없도록 하였다. 따라서 동기들 간에도 경쟁과 견제로 과내 분위기가 냉랭하기만 하였다. '졸정제'는 실제로 대학생들을 공부로 압박함으로써 시국문제 등 다른데 관심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 등 정치적 이유가 컸던 게 사실이었다. 당시 2학년 때 경고 누적으로 교문을 나선 친구들은 다시 입시를 치르기도 했는데 결국 졸정제는 폐지되고 중간에 졸업 못하고 나간 사람들은 한참 시간이 지나 복교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당시는 독재정권에 맞서 대학생들의 의식화가 이루어지고 시위가 교내에서 발생하였는데 운동권 학생들은 이밖에 야학에 나가 검정고시 지원 혹은 노동 운동을 하기도 하였다. 2, 3학년들은 신입생 환영회 때 후배에게 접근, 시국문제 관련 성토를 하며 학생운동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그 시절 같은 과 운동권 선배 한 명은 본관 유리창을 깨고 데모를 선동한 후 구속되었는데 시간이 흐른 후 국회의원을 한 차례 했고 최근 종편 정치 프로에서 입담을 뽐내며 살고 있다.
현재는 대학에 교련 과목이 없어졌지만 당시엔 2학년 때까지 교련이 의무였고 1학년 때 문무대 병영훈련 , 2학년 때 전방 입소 군 체험을 각 1주간씩 받게 하였다. 그러한 과정을 마치고 군입대를 할 경우 3개월간 복무기간 혜택이 있었다. 대학 중간 혹은 졸업 후 현역 입대하면 2년 이상 군 복무를 하는데 군 복무 시 학업에 공백도 있고 정신적 고충도 이만저만 아니었다. "남자는 군을 갔다 와야 인간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의미로 보면 고생도 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한 봉사도 하며 성숙한 인간이 된다고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잃는 것도 많기에 고의로 군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회지도층일수록 정도는 더 심한 것 같다.
곧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딸이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딸이 공부하게 될 캠퍼스 모습은 졸정제, 최루탄 등 비정상적이거나 아쉬움 속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이나 노래하던 우리 때와는 확연히 다르길 빈다. 세상은 인간적이고 따뜻하기보다 자기중심적이고 차갑게 바뀌고 있다. 어느 정도의 실속은 차려야 하겠지만 얄퍅한 풍조에 영합하지 않고 올곧고 당당하게 대학생활의 첫 발을 내딛길 바란다.
나에겐 '잊혀진 계절'이 뭔가 아쉬운 기억으로 남겨진 노래이자 서글픈 과거의 조각들일지라도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22학번들에겐 밝고 희망찬 노래이자 싱그런 추억이 되길 손 모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