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역사 관련 내용을 심도 있고 흥미롭게 다루는 유튜브 구독자 9.5만의 '씨알의 꿈'에서 한반도의 통일에 관한 내용을 다룬 적이 있다. 진행자의 설명에 따르면 각 국가 간의 '동질성'을 보여주는 가장 큰 매개체가 '언어'라고 생각하지만 언어보다 실제로 더욱 강한 힘을 갖는 것이 '음식'이라고 하였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후손들이 다른 나라에 이주해서 오랫동안 살게 될 경우 본래의 것을 잃고 새로운 문화에 흡수되지만 음식이란 매개체는 삶 속에서 동질감을 이어주는 끈끈한 매개체라고 하였다.
한반도의 경우 남과 북이 갈라진 지 벌써 70여 년이 되었다. 분단의 세월이 흐르며 북한과 남한의 단어 중 쓰임새가 달라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남한의 경우 식당이나 여관 등에서 일하는 여성을 '아가씨'라 부르는데 그 말을 북한에서 사용할 경우 큰일이 난다고 한다. 북한에서 '아가씨'는 직업여성을 의미하므로 '접대부'라 불러야 한다. 남에서 '상호 간'이란 말을 북에서는 '호상 간이라' 한다. 북한은 한글전용이며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꿔서 사용한다. '다이어트'는 '살 까기', '노크'는 '손기척', 'KO'는 '완전 누이기', '핸드폰'은 '손전화' 등으로 부르고 있다.
통일이 이념과 북한 권력층의 이해관계로 꽁꽁 막혀있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올지 모르기에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럴싸한 시나리오는 북한의 경제적 몰락, 즉 파산 사태이다. 이때 가장 경계할 것이 중국으로의 편입이다. 현재 북이 보유한 핵은 보유할 뿐 사용할 수는 없는 무기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재 뒤엉킨 양국의 정치적 대화 경색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동포들은 생활수준의 향상과 안정을 우선하므로 결국 남북 간 경제적 교류를 통한 이해관계의 조정만이 최선의 대안이 되리라 보인다. 따라서 '장마당'이나 개성, 나진, 선봉 등 경제특구 활성화 이상의 대안은 없어 보인다. 생활 속에서 남과 북의 교감이 싹틀 경우 이는 핵만큼이나 놀라운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다.
또한 70년간 차단된 문화적 서먹함을 이어주는 요소로 식생활의 동질감을 들 수 있다. 한민족은 삼국시대 때부터 장을 장독에 담아 먹었으며 이러한 음식을 먹으며 같은 민족이란 동질감을 확인하며 지내왔다. 된장, 간장, 고추장과 같은 전통 음식과 김치 등 숙성 음식은 서양에 비해 훨씬 발전된 음식 문화라고 한다. 이토록 음식은 인간을 놀랄 만큼 가깝게 해 준다. 몇 년 전 남한의 연예인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옥류관'에서 먹었던 냉면은 남북이 서로 깊은 동질감을 나눌 수 있게 해 준 좋은 소재였다. 지금까지 될 듯 말 듯 애만 타게 해온 남북의 대화는 현재 차단된 상태지만 어느 순간 경천동지 할 일이 있길 손 모아 빌뿐이며 핵무기보다 강한 동질감이 이를 가능하게 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