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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와의 전쟁

by 최봉기

최근 사회적으로 비닐백을 줄이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길에 늘린 게 쓰레기이고 청소부는 돈을 받아가며 하루 종일 쓰레기 치우는 일에 종사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저분한 걸 싫어하는 편이라 집 주변을 다닐 때 길에 떨어진 쓰레기들을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리곤 했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 중에는 간혹 "수고 많다"는 말을 건네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치워도 결코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오는 게 쓰레기이니 치울 의욕도 사라져 그 후론 줍지도 않게 되었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있으니 치우며 돈벌이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는지 모르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제대로 된 세상이라면 청소부란 직업도 사라지고 그 노동력은 좀 더 생산적인 일에 투입될 수 있어야 하리라 본다.


길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는 누군가가 버린 것이니 버리는 자에게 '쓰레기 같은 인간' 이란 말을 해도 별 지나칠 건 없어 보인다. 대개 상식 없는 몰지각한 행동을 하거나 인간 이하의 짓을 하는 이들을 부를 때 '인간쓰레기'라 한다. 길거리의 쓰레기와 인간쓰레기는 슬프게도 버려도 버려도 계속 나온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경험한 인간쓰레기의 모습을 몇 가지 소개할까 한다. 먼저 먹는 걸 가지고 장난치는 경우이다. 한참 전 가족들과 명절 때 차로 운전을 해서 본가로 내려갈 때 고속도로 진입구 주변에 '아침 뷔페'라고 적힌 식당이 있어 들어갔는데 음식이 하나 같이 만든 지 며칠 됐는지 전부 냄새가 났다. 결국 먹기 전에 미리 계산은 했지만 역겨워 수저를 놓고는 그냥 일어났다. 그 인간들은 버려야 할 음식을 제 가격으로 버젓이 개도 아닌 인간에게 내어놓았던 것이다. 지네는 그 음식을 입도 대지 않으면서 뜨내기손님 대상으로 돈을 받고 장사를 했던 것이다.


한 가지 기억나는 인간쓰레기는 내가 미국에서 대학원 과정에 있을 때 함께 생활을 했던 한 인간이다. 그는 나 앞에서 틈만 나면 남들 욕을 하였는데 나는 가만 듣고만 있었다. 그는 생활이 여유가 없어 수시로 나에게 싱글싱글 웃으며 와서는 돈이나 기타 도움을 청하는 일이 많았다. 나는 그런 부탁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돌아서면 남들 앞에서 내 욕이란 욕은 다 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누군가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한 번은 둘이 있을 때 그는 누가 나에 대해 안 좋은 얘길 하더라고 했다. 그때 나는 "당신도 다른 사람들한테 내 욕을 많이 하고 다니지 않았느냐?"라고 대꾸했더니 움찔하며 한동안 머뭇거렸다.


길가의 쓰레기든 인간쓰레기든 깨끗한 세상이 되는 데 있어서는 독소와 같은 존재들이다. 길에 쓰레기를 아무 거리낌 없이 버리며 세상을 더럽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줄 가능성이 좀 더 높으리란 생각이 얼핏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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