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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

by 최봉기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간단한 말 같지만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말과 행동 속으로 예리하게 파고들며 간혹은 사람을 무척 당혹게 하기도 한다. 남들을 향해 또한 세상에 대해 온갖 거친 소리를 내뱉는 사람도 "너 자신을 알라!"라고 하면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며 어쩔 줄 모르게 될 경우도 있다.


성서의 요한복음 8:1~11에는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여자를 유대의 율법대로 사람들이 돌로 처죽이려 할 때 예수님이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라고 하자 돌을 들었던 자들은 하나씩 돌을 땅에 내려놓은 걸로 나온다. 돌을 내려놓은 자들은 대부분 남자였을 것 같고 자신들은 종종 간음을 했던 걸로 추정되며 현장에서 발각된 대상도 남자는 보이지 않은 채 여자만 있었다는 사실도 왠지 꺼림칙하다. 만일 자신들이 안면 몰수하고 간음한 여성을 향해 돌을 내리찍었다면 스스로 면제부를 받는다는 착각을 하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과거 1989년도였나 어느 TV프로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모변호사가 나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박근혜는 자기 부친의 리더십이 현재의 발전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던 반면 반대 논객은 "미국 LA 교포들은 제2의 유태인이란 소리를 들으며 잘들 사는데 박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것은 없었다고 말하면서 경제발전은 국민들의 노력으로 된 것인데 박정희가 그 공을 자기 걸로 포장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밖에 장기집권 등 박정희의 치부들을 하나씩 들춰가며 날썬 공방이 있었다. 나는 당시 고인이 된 박정희를 싫어하여 박근혜보다 그 논객의 말에 공감을 했다. 그 후 신문에서 그가 한 여성과 불륜 관계로 물의를 일으켰다는 기사를 접했으며 그는 결국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가버렸다. 그 논객이 그런 치부 없이 더욱 존경받을 수 있었으면 싶은 생각이 들지만 스스로 오점을 남기며 남을 비난하다 "너 자신을 알라!" 란 소리를 듣게 되어 매우 안쓰럽다.


이와 유사한 현상이 최근 정치권에서 화두가 되는 '내로남불'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다. 만일 거꾸로 '내불 남로'란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잘못을 저지른 것은 문제지만 그 사람은 불리해질 때 말 바꾸기를 하거나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이들보다는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술 더 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는 커녕 오히려 거짓말을 하거나 그걸 오히려 잘한 걸로 말을 바꿔버리는 일도 빈번하다고 생각하면 퍽 개탄스럽다.


자신은 더 문제가 많으면서 상대편에게 이런저런 막말을 내뱉는 경우도 자주 본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장 자기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진실을 우직하게 추구하기보다 이제는 때에 따라서는 자기한테 이롭다면 어느 정도는 독선적이거나 이기적이어도 된다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생각도 든다.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할 정도로 당당한 사람도 갈수록 적어지는지 그 말조차 잘 들리지 않는다. 또한 '자기 성찰'이란 말 대신 그 자리에 '남의 성찰'이 들어가 버린 것 같다. 세상에 자신이 아닌 남의 행복을 위해 사는 사람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남이 불행해져야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식의 잘못된 생각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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