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있다. 인생이 짧다는 말은 삶이 일상에 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에 나온 말로 이해된다. 인간은 누구나 생명이 있기에 사는 것이지만 자신이 살아있음을 스스로 강렬하게 혹은 생생하게 느끼며 산다고 확신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또한 하루 24시간 중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무언가에 깊게 몰입하는 시간도 얼마 되지 않는다. 요컨대 삶이란 건 살아 있다는 강한 느낌, 그리고 깊은 몰입도 없이 졸졸 아무 생각 없이 흐르는 물과도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개 일반인들은 존재에 대한 확신이나 의미 있는 일에의 몰입보다 돈과 지위를 더욱 중요시한다. 돈이나 지위라는 것도 나름 의미는 있고 인간의 존재감과 일의 몰입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다. 가령 다른 이들과 함께 거하게 먹고 마신 후 지갑을 꺼내 계산을 하고 큰 소리라도 칠 때 마음껏 존재감을 과시한다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지 다시금 흐르는 물과도 같은 일상에 묻히게 된다. 그러니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 눈을 감을 때까지 생존이란 무대 위에서 살다 덧없이 사라지는 존재란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인간의 삶은 무척 단조롭다. 자고 일어나 세수하고 식사 후 모닝커피 한잔하고 일을 시작해 오후에 퇴근하면 간혹 저녁에 누구랑 만나 한잔하고 집에 와 잠자리에 들게 된다. 주말에는 등산가거나 가족과 쇼핑도 하지만 일요일 밤이 되면 또 일할 생각에 속된 말로 뒷골이 당기기도 한다. 생존을 위해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이 이어진다. 이렇게 한 달, 한 해가 가고 정년에 퇴직해 노년을 보내다 결국 삶을 정리하는 게 인간이다.
한 인간은 길어도 고작 100년 남짓한 삶을 사는데 반해 예술이란 예술가가 사라지고 없더라도 그 작품은 오래도록 생명을 이어간다. 우리가 접하는 음악과 예술 및 문학 작품은 수명이란 게 따로 없는데 창작이란 일을 해온 예술가들은 삶 속에 묻혀버리는 일상에서 그나마 벗어나 날개를 달고 한 번씩은 비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도 싶다. 내가 에세이를 한편 쓸 때 늘 느끼는 것이지만 창의적인 일을 할 때에 가지는 존재감과 몰입의 정도는 먹고사느라 일할 때와는 무척 다름을 느낀다.
인간이 살면서 돈도 벌고 출세도 하려 갖은 노력을 하지만 결국 흐르는 물과 같은 삶 속에서 잊히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면 슬퍼지기도 한다. 따라서 가끔씩은 스스로 무한한 기쁨을 느끼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할 수 있다면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자신이란 존재의 흔적이 남아있을 수 있을 것 같기에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