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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 효과와 응집력

by 최봉기

인간은 혼자만의 힘만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운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혼자 잘났다고 나서서 남들 위에 군림하려는 사람을 '독불장군'이라 부른다. 이런 이들 중에서 끝이 좋은 사람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 리더의 역량이라면 혼자 나서서 북 치고 장구 치기보다 뒤에서 각 구성원의 힘이 합쳐져 큰 힘이 나오게 하는 것이 아닐까 사료된다.


한때 TV에서 야구해설가로 이름을 날리다 30대 때 프로야구팀 감독이 되었던 한 야구인은 팀을 맡아 남다른 의욕을 보였지만 연패가 이어지며 결국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그때 그 팀은 쓸만한 투수가 부족했고 그다음 해까지도 수혈받을 신인 투수가 없었던 구조적 어려움도 있긴 했다. 그 후 그는 한참 시간이 흘러 어느 방송에선가 자신이 실패했던 이유를 기탄없이 밝힌 바 있다. 팀에서 감독의 역할은 자신이 앞장서서 모든 걸 총대 메고 하는 게 아니고 타격, 수비, 배터리 등 각 부문별 코치들에게 권한을 주고 자신은 뒤에서 조율하는 거란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그 후 감독 제의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는 번번이 사양했으며 해설에 전념하는 게 자신에겐 맞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또한 지금 유튜브에서 현 정치상황을 가장 잘 분석하여 대안을 제시하는데 탁월한 역량을 보이는 한 원로 인사는 한때 촉망받던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에도 몇 번 출마했지만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잘생긴 외모와 명석한 두뇌 그리고 빼어난 언변 등 정치인에게 필요한 역량을 두루 갖춘 인물이었건만 대중성과 포용력 및 타협 능력이 부족한 '독불장군형'이란 평을 받았다.


삶의 각 분야에서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 모일 경우 단순 합계보다 훨씬 큰 힘, 즉 '시너지 효과'라는 게 생기며 개인에게서 찾기 어려운 '응집력'이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음악에서 합창은 독창과 비교하면 차원이 다른 매력을 가진다. 각 파트별로 소리가 합쳐져서 앙상블이 되면 독창과 다른 웅장함이 생기며 이에 듣는 이가 매료된다. 만일 세계적인 성악가가 모여 합창을 한다면 어떨까? 하나로 합쳐지지 않은 명품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찢어지며 불협화음의 극치를 연출할 것이다.


스포츠도 축구, 농구와 같은 단체 스포츠는 복싱, 레슬링, 수영 등 개인 스포츠와 달리 여럿이 마치 하나로 움직이며 긴박한 시점에는 여럿의 숨소리가 하나가 된듯한 느낌을 준다. 따라서 축구 경기에서 극적인 골이 나올 때 골을 넣은 선수는 말할 것도 없이 전 선수가 칡넝쿨처럼 하나로 뒤엉키는 모습이 펼쳐진다. 그런 축하 세리머니는 하나라는 일체감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팀은 자동차처럼 시동을 켜면 엔진에서부터 미션, 바퀴와 벨트 등 전 부품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것이다. 만일 어느 부품 하나라도 결함이 생기면 빨간불이 들어오고 차는 덜컹거린다.


유튜브에서 9만 5천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역사 기획물 '씨알의 꿈'에서 한반도 분단과 통일을 다룰 때 통일이 이루어지기 위한 여건을 나름 명쾌하게 설명하였다. 통일은 역사적으로 과거 다른 여러 나라의 경우를 보면 현재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퍼즐들이 극적으로 결합될 경우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대영제국은 한참 전엔 별 볼 일 없던 나라 잉글랜드가 티격 대던 스코틀랜드와 서로 예상하지 못한 이해관계로 18세기 초에 합쳐지며 그 후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한다. 스코틀랜드는 남미의 '다리엔'이란 오지에 진출했다 파산 위기에 처하자 부유했던 잉글랜드와의 통합이란 대안을 마지못해 강구하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한반도도 지금은 북한의 핵포기 불가로 대화가 진전되지 못하지만 이해관계의 퍼즐이 맞춰져 먹구름이 걷히고 통일이 된다면 현재 감춰진 잠재적인 힘이 폭발하며 무서운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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