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남들과 부대낄 때에 마음 한 켠에서 인간을 불편하게 하는 속성이 '시기심'이다. 가진 게 없고 남들과 비교할 것도 없는 경우엔 시기할 것도 없겠지만 유능하고 남보다 부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시기심은 오히려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줄을 서있는 곳에서 자기 뒤의 사람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데 앞에 있는 사람은 일거수일투족이 눈에 선명하게 잡히며 그때마다 항상 자신을 초라해 보이게 한다. 그런 태도 때문에 자기보다 앞줄에 있는 사람의 경우 장점은 보이지 않고 단점만 먼저 눈에 들어오거나 침소봉대되기도 하며 그 상대에게 좋지 못한 일이 혹 생긴다면 자신의 위상이 올라가는 왜곡된 사고가 싹트기도 한다.
시기심이 악마의 마음이라면 경쟁심은 천사의 마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인간이 사는 곳에서 경쟁이란 건 피할 수 없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첫 시험을 치를 때 전교생들의 석차가 복도 한가운데에 붙었다. 나보다 성적이 앞선 친구들을 포함해 전교생의 이름이 나와 있었는데 그때의 비장감은 말로 다하기 어려웠다. 그 이후로 줄 세우기는 대학입시 때까지 이어졌는데 그때는 학교 석차와 입학한 대학교의 이름값에 의해 삶이 결정되는 듯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어찌 보면 하나의 단편적인 비교로서 수영장과 같은 것이라면 강이나 바다와 같이 크고 깊은 경쟁이 도사린다는 사실을 차츰씩 깨닫게 되었다
경쟁이란 것은 때로는 인간을 피곤하고 괴롭게 만들지 모르지만 사회의 공정한 질서와 발전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최선의 대안일지 모른다. 경쟁은 여럿이 동등한 조건하에서 최선의 노력을 통해 순서가 결정되므로 그 과정에서 경쟁에 참가한 사람들은 자극도 받고 동기도 부여받아 과정에 충실하게 되므로 결과를 떠나 개인이나 사회가 상대적으로는 발전의 길로 간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반면 시기하는 마음은 강할수록 인간을 비참하게 또한 후퇴하게 만든다. 그 이유는 삶의 주체가 자신이 아닌 남이 되어버리고 자신은 남에 의해 비교되는 수동적인 위치로 전락하기에 그러하다. 자신이 암만 잘해도 남이 좀 더 잘해 버릴 경우 자신은 묻혀버릴 수 있다. 단지 남이 최선의 결과를 내지 못하고 뭔가 예상치 못한 일로 좌절할 때야 비로소 자신의 존재가 부상하고 쾌재를 부르게 된다면 한마디로 저질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은 유토피아가 아니고 분야별로 일등은 하나이다. 따라서 누군가 일등을 하면 다른 저편에는 거꾸로 일등도 있는 게 세상의 이치이다. 또한 일등 바로 옆에서 최선을 다한 2, 3등도 나름은 훌륭하다는 찬사를 들을 수 있다. 현재의 1등도 자칫 방심하면 3등 밖까지 떨어질 수 있고 어느 순간 기대를 받지도 못한 다크호스가 최고의 위치로 올라가기도 하는 인생은 영원한 승자나 영원한 패자가 없이 무한 경쟁의 장이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