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일들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서 뭔가 파격적인 일이 발생할 경우 누구나 몸속에 갑자기 고압 전류가 흐르고 상상과 호기심으로 과장과 억측이 마구 난무한다. 해방 전 일본 유학 중이던 남녀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비관하며 현해탄에 몸을 던져 동반 자살한 사건이 그러했고, 가수 나훈아가 11년 연상의 영화배우 김지미와 결혼한 일, 그리고 재벌그룹 회장이 26세 연하 미모의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와 결혼한 일이 그랬다.
2001년 나온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도 주연으로 나온 전지현이 지하철에서 중년 남자의 머리 위에 구토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지현은 엽기녀의 기상천외한 갖가지 행동을 잘 소화하며 열연하여 국내에서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었고 일본, 대만, 베트남, 홍콩까지 돌풍을 일으키며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되었다.
세상 곳곳의 별별 해괴망측한 일들을 담은 이태리 영화 '몬도가네' (개 같은 세상)이 1962년에 개봉되며 충격적인 내용으로 국내와 전 세계에 화젯거리가 되었고 미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아프리카나 남미의 오지가 아닌 현대 문명사회의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잔인한 살상과 재난에 초점을 맞춰 '문명 속에 도사린 야만의 얼굴'을 조명하기도 했다.
몬도가네에 나온 것들로는 뱀가죽을 벗겨 먹는 중국인, 다리에 피갑칠을 하고 온 마을을 돌아다니는 이태리인, 나체의 여자들이 몸에 파란색을 칠하고 캔버스에 찍어낸 이브 클랭의 무제 등(1편), 개 미용대회, 인간 타악기로 헝가리 광시곡 연주하기, 집을 통째로 옮기는 사람, 돈 받고 키스하는 미국, 사람을 세워놓고 그 곁에 과녁을 대고 쏘는 경찰 등(2편)이 있었는데 익히 보고 듣지 못한 내용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몬도가네'의 장면은 평소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것들인데 문화 다원적 측면도 있고 또 한편으로 기존의 고착화되고 길들여진 사고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충동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전쟁을 겪은 후 가난을 뛰어넘어 물질적 안정과 함께 풍요를 누리기도 하였지만 그러한 축복에 감사하기보다 더욱 자극적인 뭔가를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도박과 술, 섹스와 마약으로까지 이어져 세상은 갈수록 혼탁해지며 어딘가 끝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닫고 있다.
얼마 전에 나와 전 세계를 경악케 했던 TV 드라마 '오징어 게임'도 생과 사를 넘나드는 온갖 엽기적인 과정을 통해 끝까지 살아 남아 거액의 돈을 손에 넣은 최후 승자가 피 냄새가 나는 돈을 써보지도 못한 채 만 원짜리를 빌리는 장면은 엽기적이기만 한 인간 욕망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떠한 새로운 파격과 엽기가 나올는지 궁금하지만 인간을 도구화하고 희화화하는 풍조는 사라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