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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과 인생

by 최봉기

세상에서 직업 없이 사는 사람이 '백수'와 '거지'인데 이들은 아마 직업을 묻을 때 가장 난처할지 모른다. 대학을 안 나온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질문이라면 최종 학력을 묻는 것일 것이고 노총각이나 노처녀의 경우 결혼했는지 물을 때 그러할 것으로 보인다. 세상엔 수없이 많은 직업이 존재하는데 과거에 있다가 사라진 직업, 과거엔 없다 새로 생긴 직업 등 무척 다양하다. 전자에 '풍각쟁이'란 게 있다. '오빠는 풍각쟁이'란 노래도 있지만 시장이나 집들을 다니며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며 돈을 뜯어내는 사람이 '풍각쟁이'이다. 또한 과거 일부 부유층만 가진 사진기가 서민에게까지 보급되자 사라진 직업이 '사진사'이다. 후자라면 여성의 지위가 상승하며 나온 '호스트바의 호스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직업들 중에는 수천 년간 명맥을 이어온 것들도 많다. 정치인, 법률가, 의사, 학자, 상인, 세리, 사업가 등. 여자의 직업 중 아직 존재하는 직업도 그러하다.


세상에서 가장 흔한 직업이라면 회사에서 일을 하며 급여를 받는 봉급생활자를 들 수 있다. 그 외에 개인사업자가 있는데 변호사, 의사 등 '사짜'가 붙는 전문직이 여기 해당된다. 대학교수, 성직자, 연예인 스포츠맨들도 무늬만 다르지 월급쟁이다.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았던 부산은 바다를 끼고 있어 선원들이 많이 살았다. 선원이란 속칭 '마도로스'로서 어선이나 상선을 타는 사람들이다. 상선은 배에 짐을 싣고 태평양을 가로지르는데 크게 항해실과 기관실로 나뉜다. 항해의 총책임자 선장이 대통령이라면 기관장은 국무총리에 해당한다. 초등학교 같은 반 친구 중 부친이 1~3등 항해사인 경우 대개 자기 아버지는 선장이라 했던 것 같다. 선장은 배에서 난동이 벌어질 경우 총을 사용할 권한까지 있었다. 선원 가정은 가장이 가족과 떨어져 있었지만 수입은 일반 봉급생활자의 몇 배 되었다. 친구 부친은 큰 배인 갑종 선박 선장이었는데 월급여가 1970년 중후반 교사 월급이 10만 원일 때 월 200만 원에 육박했다.


지금은 프로스포츠가 활성화되며 야구나 축구를 잘하는 사람은 어마어마한 수입을 올리지만 과거에는 운동을 한 사람들은 은퇴 후 주로 비참한 생활을 하기도 했다. 연예인들도 한창때 TV나 영화를 출연해 돈을 많이 벌어놓지 못할 경우 힘들게 지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70년대에 유명 남자 영화배우 하나가 몇 년 전 스스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교육을 받은 후 자립해서 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결혼도 어려워 평생을 백수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어찌 보면 성서의 예수님도 목수인 부친 아래서 일을 하다 성인이 되어서는 종교인이긴 했지만 별 다른 직업이 없는 백수였던 걸로 보인다. 하지만 2천 년이 흐른 후에도 우르름을 받는 걸 보면 직업도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있어 직업은 인생에 무척이나 중요하다. 사상가라는 평가를 받던 고인 함석헌은 대학 때 특강을 와서 "경찰서에 가도 직업이 변변해야 인간 대접을 받는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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